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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아닌 '교육활동'에 중심둔 교장으로

[ 현장 ] 내부형 공모교장 임용 3년차 서울 삼정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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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란 기자
기사입력 2018-03-06

 

지난달 23일 전국 56개(2017년 3월 기준)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 중 하나인 서울 삼정중학교를 찾았다. 

 

올해로 혁신학교 8년차에 접어든 삼정중은 민주적 학교운영, 학생자치와 수업혁신, 학생을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돌봄 등으로 서울형 혁신학교의 모범사례를 만들어왔다. 혁신의 본 궤도에 오른 삼정중에서 '무자격 교장', '특정 노조 교장 만들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라는 모험(?)을 선택한 이유와 이로 인한 학교의 변화가 무엇인지 물었다. 

 

"교사활동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이전 교장 선생님조차 우리학교 교사들이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냈다"는 염영하 교사는 "자발성에 의해 움직이는 교사 문화가 정착됐지만 교사들의 집단 지성을 그대로 받아 안을 수도, 훼방하거나 뒤집을 수도 있는 최종 결정권자는 교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혁신학교 2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3기 혁신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함께 고민하는 교장 선생님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바람도 작용했다.

 

물론 우려도 컸다. 교사와 학부모가 원하는 교장의 상이 다를 수도, 학교 문화를 이어갈 비전을 제시할 지원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사들이 새로운 일을 제안할 때 교장과 갈등이 생길까 염려하며 주저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했던 경험, 기존의 승진 시스템이 아닌 교사들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교육활동을 고민할 수 있는 교장에 대한 기대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추진했다. 절차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학부모 설명회를 시작으로 공모 절차를 하나하나 밟아갔다. 교사들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준비하는 일은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학교 상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고 이를 구현해 줄 교장을 찾는 과정으로 혁신학교를 준비하는 것처럼 열정이 필요했다'는 말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전교조 교장 몰아주기' 등 특정 인사 몇몇을 위한 절차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2016년 9월 평교사 출신인 이상대 교장이 임용됐다. 그는 교장 임용 직전까지 중학교 2학년 담임에 주당 20시간 수업을 하는 국어 교사였다. 

 

박진교 혁신부장은 "교사들의 수업과 담임 업무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교장 선생님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담임교사가 미처 챙기지 못한 학생도 지원했다. 승진제도 속에서 교실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난 사람과 작년까지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났던 사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적 관심사가 수업과 학생이니 권한을 행사할 때에도 교실, 학생, 교사를 중심에 두었다. 교장이 교육청을 보는 게 아니라 학생을 보더라"는 말로 내부형 공모교장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교장실에수 시 읽기 동아리 모임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는 이상대 교장     © 남영주 기자

 

문턱 낮은 교장실

 

삼정중 교장실에는 전교생 370여 명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클리어 파일이 놓여 있다. 이상대 교장은 아침 교문맞이, 점심시간 급식실 질서 지도, 하교 시간 교문인사 등을 통해 하루에 세 번 이상 아이들을 만나고 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경계를 풀어놓으면 학생들은 교장실로 '놀러'오거나 '타로'를 봐달라며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수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1박 2일, 오전·오후를 가리지 않는 교장 연수들로 안정적인 수업 시간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교실 감각, 아이들에 대한 감각을 잃는 순간 행정만 남게 된다는 생각으로 보강 수업을 자처했다. 2개의 학생 독서 동아리, 학부모 독서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진행하는 새 학년 연수에서 '학급운영'관련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기자가 학교를 찾은 날은 시 읽기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자유롭게 기억에 남는 시와 느낌을 적어온 한 학생은 '이 시의 감정은 연애를 할 때 더욱 와 닿는데……' 이상대 교장의 말에 '세븐틴!'을 외치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음을 숨기지 않았다. 

 

3학년 안규리 학생은 교장 선생님을 "소통을 즐기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3학년 최영우 학생도 "나이 차이는 엄청 나지만 의외로 통하는 것이 많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수용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한 교사는 "교장 선생님인지 리더 교사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는 말로 이전까지 만났던 권위적인 교장과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수평적 관계로 공감대 높아

 

한국교총의 표현을 빌리면 '무자격 교장'인 이상대 교장에 대해 김웅 교무부장은 "승진 과정을 거쳐 교장이 된 분들은 권위적인 면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수평적이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금방 찾아내 공감해 준다.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선 질타의 대상이 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이들도 지원한다. 높은 사람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총괄 책임자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전했다. 덧붙여 "해야 하는 일의 양은 비슷하지만 쓸데없는 절차들을 생략해 운영이 효율적이고 관리자의 역할 중 행정적인 부분은 교감 선생님이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고 귀띔했다. 행정 중심 무자격 교장의 한계를 교육활동 지원으로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남자 화장실에 악취가 나요', '책걸상이 낡았어요', '스탠드에 가림막이 없어요' 노후한 학교 시설 관련 불만을 자주 듣는 그는 요즘 학교지원사업 관련 공문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12월에는 학교 공간 개선사업을 신청해 선정되기도 했다. 신청공문을 보낸 뒤에는 늘 담당자 메일을 찾아 학교에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장문의 편지도 함께 보낸다고 했다. 

 

교장 3년차에 접어든 그는 "교장이 되고 보니 학교는 지나치게 행정화된 느낌이다. 연구시범학교는 서류작업 중심이고 교원평가는 들인 품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진다. 이걸 왜 하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교장이 하면 어떨까? 내부형을 통한 교장이 많아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짜 학교가 무엇인가를 고민한 뒤 이를 행정으로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서라도 내부형 교장 공모제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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