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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바로알기] '불안'을 직시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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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사입력 2018-10-11

 

Don't throw out the baby with the bath water(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리지 마라)
 

흔히 쓰이는 영어 속담이다. 불안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멀리하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더러운 목욕물만 버리면 되는데, '아기'처럼 의미 있고 소중한 불안까지도 함께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무조건 없애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역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불안을 없애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불안을 이길 쾌감을 찾는 것이다. 약물이나 술이 대표적인데, 이는 불안을 판단할 수 있는 뇌를 마비시키는 일이다.
 

때로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려 한다. 불안을 잊기 위해 쾌감에 중독되기도 하지만 고통에 중독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고통이 있을 때 큰 고통이 있으면 낮은 수준의 고통을 잊게 된다. 그래서 불안보다 더 큰 심리적, 생리적 자극을 줌으로써 불안보다 더 큰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끔찍한 일이지만 습관적으로 자해를 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한 아이가 있었다.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 두려워 새 학기 교실에서도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를 이용하여 짓밟고 괴롭히면서 센 척하려는 아이들의 눈에 띄고 말았다. 툭툭 치거나 욕을 하는 등 집요한 괴롭힘에 이 아이는 갑자기 커터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살갗을 그었는데 그 모습에 다들 경악했고, 괴롭히던 아이들도 완전히 질려버렸다. 물론 부모님들도 학교에 달려왔다.
 

이 아이는 이 사건으로 아이들이 자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하며 우쭐해졌다. 따돌림을 당했을 때도 바쁘다며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부모님까지 학교에 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 후로 반복적으로 자해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반대로 자해를 하기 위한 핑계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혼자가 되진 않을까, 누가 나를 무시하고 괴롭히진 않을까 늘 불안했던 마음이, 자해라는 끔찍한 사건으로 사라진 것만 같았다.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자해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더 자극적인 무언가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벌인 자해극 같은 일들은 그 자체가 불안과 긴장을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다른 불안을 잊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을 회피하려다 나타난 역작용이다.
 

아이들에게 불안을 직시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삼게 하자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만날 때,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화가 날 때는 에너지가 온통 외부로 터져나갈 뿐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 중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결정적인 감정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총체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나'라는 인간의 임계점을 깨닫게 만들고, 나는 어떤 인간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이들도, 우리 교사들도 불안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불안을 제대로 볼 수 있다. 

 

* 참고할만한 도서: 따돌림사회연구모임 교실심리팀이 펴낸 <10대 마음보고서>, 마리아이시리즈 <진짜 나를 만나는 혼란상자>, <나의 벽을 넘어서는 불안상자>(11월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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