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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담 ] 학교 돌봄, 나아갈 방향은?

학습지·선행… 학원화로 '돌봄' 없는 학교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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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
기사입력 2020-04-07

교육부는 지난 2월 28일 코로나 19로 인한 개학 연기 후속조치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휴업 기간 동안 긴급 돌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안전한 돌봄 교실 운영을 위해 운영지침 및 매뉴얼을 현장에 제공하는 등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내용을 언론 보도로 접한 학교 현장은 한바탕 혼란과 갈등을 겪어야 했다. <교육희망>은 긴급 돌봄 운영으로 학교 돌봄의 역할을 돌아보고 이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았다.  <편집자주>

 

●일시 : 3월 24일(화) 15시
●장소 : 전교조본부 회의실
●참가 : 방대곤 서울 천왕초 교장
    조대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최선정 전교조 정책기획국장
    허지선 서울 중랑초 교사
●진행 : 손균자 <교육희망> 편집실장
●사진 : 김상정 기자

●정리 : 강성란 기자

 

 손균자 : 코로나 19로 인해 긴급 돌봄이 시행되고 있다. 학교 돌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 긴급 돌봄교실 운영 실태를 알려달라. 


 허지선 : 학기 중 운영되는 돌봄교실과 긴급 돌봄교실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 기존 돌봄은 돌봄전담사가 운영한다. 긴급 돌봄은 교사가 들어가는데 한 학급으로 운영되며 참여 학생은 2명이다. 


 방대곤 : 돌봄전담사는 교육부의 3일 사이버 연수(재택 연수) 지침으로 2일을 출근한다. 긴급 돌봄을 신청한 아이는 4명인데 돌봄전담사 분들이 이 아이들 돌봄도 맡겠다고 하셔서 기존 돌봄과 긴급 돌봄을 통합해 운영하고 따로 교사가 역할을 맡지는 않았다. '교사들이 뭐 하느냐'는 말이 나오면서 학교장들이 교사들을 오전 돌봄에 투입하는 것으로 안다. 사실 추가 인력 채용도 가능한데 교사들을 투입하고 있다.  

▲ 방대곤 천왕초 교장 "학교에서의 돌봄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없다"     © 김상정 기자

 

 손균자 : 긴급 돌봄의 책임주체에 대한 논란이 있다. '긴급'이라는 상황에 방점을 찍으면 학교 전체가 책임지는 것이 맞지만 '돌봄'만 놓고 보면 교사의 역할이 맞는지 갸웃하게 된다. 


 방대곤 : 돌봄은 학교의 역할과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긴급돌봄은 연동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야하는 시기에 다닐 수 없게 되면서 돌봄에 공백이 생긴 만큼 긴급 돌봄의 경우 학교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긴급과 일반 돌봄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조대진 : 돌봄은 2012년 졸속 도입되었다. 돌봄이 촘촘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행정의 통합성을 갖추고 큰 틀에서 고민이 되었다면 어려운 때일수록 시스템이 빛을 발했을 것이다. 부족한 시스템을 교사의 헌신으로 메우며 운영된 낙후된 돌봄 시스템의 문제가 긴급 돌봄 사태로 드러났다. 


 손균자 : 학교돌봄 시스템을 어떻게 갖출지가 관건이다. 돌봄이 도입된 배경과 학교 현장의 돌봄 운영 상황을 알려달라.


 최선정 :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이 돌봄교실 확대였고 사회적 토론 없이 돌봄수요 조사하고 예산을 내렸다. 고용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예산만 오니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로 돌봄 전담사 고용이 이루어졌고, 이분들에게 업무를 줄 수 없으니 교사가 돌봄교실 업무를 맡게 됐다. 초기에는 돌봄 전담사에게 기안 권한이 없어 예산 문제 등 담당 교사가 필요했지만 이 문제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안다.


 허지선 : 육아휴직을 마치자마자 인성부장을 하면서 방과후 돌봄을 맡게 됐다. 돌봄 담당교사의 업무 중 방학중 반일제 인력, 자율휴업일 강사, 각종 특강 강사 채용 등이 있는데 이 인력들을 채우지 못하면 교사가 대체 근무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반일제 돌봄 전담사의 경우 행정 업무를 하지 못한다. 전일제 전담사와 운영계획서를 작성해도 책임자는 담당 교사이니 민원이 발생해도 담당 교사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돌봄이 공간만 쓰는 일처럼 보이지만 학교 업무와 분리할 수 없다. 결국 모든 책임이 담당 부장에게 오는 시스템이다.

▲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돌봄 인력풀을 관리하면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허지선 서울 중량초 교사     © 김상정 기자

 

 방대곤 : 대부분 학교장 재량이다. 돌봄 전담사와 담당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경계선 역시 불명확해 이것을 조정하지 않으면 갈등이 해결되기 어렵다.


 손균자 : 불분명한 업무 경계, 대체 인력 채용 등 돌봄 업무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방대곤 : 학교에서의 돌봄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없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이나 학원 수준의 케어를 기대한다. 아이를 부모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인해 돌봄이 도입되었다면 시스템 운영 전반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초등학교에 맡겨만 놓았고 교사들은 '내 일이려니…'하고 해냈다. 하지만 지금처럼이라면 학원이라 불릴 방과후, 보육원이라 불릴 돌봄 기능이 비대해져 학교의 전통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조대진 : 교육청의 경우 돌봄 수요는 모두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학교별로 수요가 많은 곳, 적은 곳이 있는데 수요에 비해 교실이 부족하면 겸용교실까지 개설하도록 학교장을 설득하기도 한다.


 방대곤 : 우리학교 1~2학년 학생 수 대비 돌봄 참여학생은 20~25% 수준이다. 돌봄 교실은 5개 반을 운영하는데 전용교실 1개, 겸용교실 4개이다. 교육청은 돌봄 교실 확대를 강하게 요청하지만 수업을 마치는 동시에 교실을 내줘야 하는 교사들에게 돌봄 확대는 고통이다.


 허지선 : 1학년 교실 전체가 돌봄 겸용교실인 학교도 있다. 교실 내에 정규학급 사물함과 돌봄교실 사물함이 따로 있다. 돌봄 교실용 놀잇감으로 놀고 싶다는 학급 아이들을 달래야 하고 학부모 상담 기간이 되면 상담할 교실을 찾아다녀야 한다. 교재연구나 수업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상이 됐다. 담임이 돌봄 겸용교실을 써야 하는 경우 '기피 학년'이 된다.


 손균자 : 학교가 혁신 교육의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돌봄 교실에서 선행학습이 이루어지는 등 엇박자가 생긴다.


 방대곤 : 역설적이게도 학습중심 돌봄을 운영하는 학교는 돌봄 수요가 늘어난다.


 최선정 : 초등 1학년 입학원서를 접수할 때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돌봄에 관한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돌봄 교실에서 숙제도, 공부도 하길 바란다. 학부모의 요구가 돌봄 교실을 학원화 하는 경향이 있다. 또, 안전 문제나 프로그램의 한계 등으로 인해 활동적 놀이보다는 독서, 학습지 풀기 등 정적인 활동이 선호된다.

▲ "교사의 선의에 기대어 학교돌봄을 운영한다면 학교 내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최선정 전교조 정책기획국장     © 김상정 기자

 

 허지선 : 우리학교 돌봄은 1, 2학년 대상 3학급을 운영하는데 학생의 25% 정도가 참여한다. 하지만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라는 생각 든다. 돌봄 교실에서 동네 사설 공부방처럼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문제를 풀고 채점을 한다. 1학년 담임을 하면서 부모님에게 선행학습은 시키지 말아달라 부탁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돌봄 교실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온다. 돌봄 교실에 가고 싶지 않다며 12시 45분에 수업을 마치고 1시까지 운동장을 배회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게 제대로 된 돌봄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손균자 : 그렇다면 학교 돌봄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방대곤 : 방과후 학교가 비대해지면서 방과후 외주화가 시작됐다. 교육적인지, 학교 교육비전과 궤를 같이하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 나쁜 방향으로 전환이지만 학교의 '관리' 역할을 업체가 가져가면서 업무가 줄어드니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식으로 돌봄의 외주화가 진행된다면 위험요소가 크다. 방과후 학교와 달리 돌봄 공간에서는 곳곳에 위험요소가 존재하고 민원도 많다. 간식과 급식이 지급되지만 식자재가 엄격하게 관리되는 학교 급식과 달리 업체가 몇 개 학교를 묶어 벌크식으로 배식하거나 도시락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담당자나 학교장 입장에서는 외주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으로 갈 것인지 지자체로 가는지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


 조대진 :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의 문제다. 교원단체들은 돌봄에 반대하기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잘못된 시스템을 용인하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돌봄과 방과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행복한 방과후와 돌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학생의 행복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전교조도 정책적으로 방과후와 돌봄 운영 관련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선정 : 교사의 선의에 기대어 "애들이 눈에 밟혀 어떡하느냐"는 식으로 돌봄을 학교에 두고 운영을 계속한다면 학교 내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학교 시설은 활용할 수 있으나 돌봄 기능은 지자체와 마을로 갈 수 있도록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돌봄 전담사의 고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조대진 : 서울의 경우 자치구와 마을주민들이 함께 돌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시와 교육청이 대안 마련을 고민 중이다. 금천구의 경우 학교에 방과후 돌봄센터(포근센터)를 열고 직원 2명을 파견해 방과후와 돌봄 업무를 한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고 불특정 다수 아이들이 와서 쉬거나 놀다 간다. 도봉구는 학생들이 학교에 납부한 돌봄비를 받아 돌봄 업무를 담당한다. 중구에서는 관내 유휴교실을 활용해 구청에서 돌봄센터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역 아파트 단지 등 아이들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키움센터를 열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돌봄에 참여하는 사례를 만들고 있다.

 

▲ "주체들의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 실태조사 등을 통해 표준화된 돌봄 업무 매뉴얼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대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 김상정 기자

 

 방대곤 : 우리 지역에서 돌봄이 가능한 곳을 찾아보니 지역아동센터, 마을도서관, 키움센터 등이 있고 200여명 수용이 가능하더라. 마을 돌봄은 통학 안전의 취약함을 제외하면 더 안정적이다. 20명 이내의 아이들이 돌봄 강사 2~3명의 보살핌을 받는다.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학교 돌봄을 찾게 되면서 이곳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학교가 돌봄을 없애는 순간 마을 돌봄은 성장할수 있다.


 최선정 : 예산을 학교에 주지 말고 지역아동센터와 작은 도서관에 주는 건 어떨까. 보완할 것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와 책임소재 등이다. 이 마을 돌봄 시설에 대한 지자체 인증, 예산 지원, 아이들 안전 보장만 해주면 학교 돌봄을 없애고 지역 활성화도 된다.


 손균자 : 교사들은 돌봄 업무를 교육부가 아닌 복지부로 이관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돌봄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에서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허지선 : 지금 당장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부터 고쳐나가자. 방학 때마다 보조 인력을 채용하는 일은 매년 반복되어 왔다.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돌봄 강사 인력풀을 관리하고 제공하면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인근 학교들이 연합해 급 ㄱ 간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지자체가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돌봄 관련 행정 업무량만 줄어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조대진 : 학교 돌봄 업무로 인해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면밀히 파악하고, 돌봄 업무의 책임성을 자치구에 두는 방안 등 지자체와 협력적 해결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방대곤 : 서울시의 키움센터를 학교 돌봄 교실 키움센터로 만들면 어떨까? 학교가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다. 돌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찾아 공유하며 지자체 이관의 필요성에 더 많은 이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최선정 : 정치적 대안도 필요하다. 시도교육감과 전교조가 돌봄 업무는 교사 업무가 아님을 선언해야 하는 건 어떨까. 교사가 거부하면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같은 행동 없이 관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기 어렵다.


 조대진 : 서울시청에 '어린이의 틈새 돌봄 서울시가 책임진다.'는 플랑이 붙은 적이 있다. 돌봄은 학교의 업무가 아니라는 네가티브적 접근이 아닌 '돌봄'은 마을의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자치구의 관심을 제고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손균자 : 돌봄 업무를 교사가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고용의 문제와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교사들은 돌봄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하고 지자체에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균자 전교조 편집실장     © 김상정 기자

 

 조대진 : 교사의 돌봄 업무는 학교업무정상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체들의 요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 돌봄 업무 관련 실태조사 등을 통해 표준화된 돌봄 업무 매뉴얼을 요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방과후 돌봄 관련 다양한 정책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방대곤 : 학교에는 많은 직군들이 존재한다. 정책연구 등을 통해 학교업무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가 배정되어야 한다. 돌봄 관련 업무 역시 교사의 것인지 분석과 정리를 통해 해결해가야 한다.


 허지선 : 아이들이 즐거운 돌봄이 될 수 있도록 돌봄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 이야기를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최선정 : 방과후 돌봄은 시작부터 제대로 된 정책 설계 없이 도입되었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만큼 처음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돌봄을 책임지는 서울의 몇몇 모델들이 성과를 내고 전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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