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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 고 | 교사 - 공무직 간 갈등을 보며

존중과 배려 전제로 공론화의 장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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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재·퇴직교사
기사입력 2020-04-07

교육공무직의 교사 폄하발언이 불러 온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교사들은 "더는 못 참겠다"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갈등을 처음부터 지켜본 나로서는 언젠가 거쳐야 할 고비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칫 논란이 과열돼 서로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겨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전교조는 지금까지 교육공무직과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에 충실했다고 본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에 반발해 조합을 탈퇴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전교조는 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필수적이고 신뢰는 존중과 배려, 그리고 공동의 투쟁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아쉽게도 존중과 배려, 상호 신뢰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두 개의 극단주의로 흐르기 쉽다.

 

 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 '계급 단결론'을 앞세워 다수의 조합원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현실로 존재하는 의식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다수의 조합원을 '계급의식 박약자'라고 비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이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해결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다른 극단은 "계급이고 뭐고 다 싫다. 교원노조는 교사의 이익이나 챙겨라"는 조합주의적 경향이다. 이들은 노동자의 단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옳든 그르든 교사의 집단적 요구를 묶어세우는 일에 주력하며 노동계급 내부의 갈등과 대립을 오히려 부추기는 위험성을 보인다.


 위에서 말한 양 극단의 태도는 아차 하는 순간 누구나 쉽게 범할 수 있다. 교사와 교육 공무직은 공동투쟁의 경험도 없고 계급적 연대의식도 희박하다. 전교조는 오랜 법외노조 생활로 몹시 지쳐 있지만, 공무직 노조는 파업투쟁의 잇단 승리로 투쟁의 열기가 대단히 높은 상태다. 전교조는 교육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투쟁하지만, 공무직노조는 고용안정, 차별해소가 최우선이다. 둘은 학교라는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이런 상태에서는 단결은커녕 계급투쟁이 벌어지지 않는 게 다행이다. 지금 상태가 그만큼 위태롭다는 뜻이다. 이 위기를 넘어서려는 목적의식적 노력이 없이는 상황은 갈수록 더 나빠질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교원노조와 공무직노조 모두 상대방 노조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과 비난을 자제하자. 토론을 할 때는 동지에 대해 최대한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잊지 말자. 특히 언론 등 외부매체에 의사를 표출할 때는 극단적 사례에 기초한 주관적 의사표명을 최대한 자제하자.


 전교조 등 교원노조와 교육공무직 노조 집행부는 긴급 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라. 뜨거운 감자가 저절로 식기만 기다리다가는 남은 신뢰마저 날아갈 판이다.


 연석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자. 어차피 곪은 상처는 드러내고 치료하는 편이 낫다. 완전한 의견일치가 어렵더라도, 공감대를 최대한 확보하고 이견은 추후 토론과제로 남겨두자. 적어도 열린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론이 뒷담화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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