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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막이와 마스크 너머로 만나는 교실

고3 첫 등교, 혼란과 불안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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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건·인천 학익여고
기사입력 2020-06-05

5월 20일 고3 등교를 앞두고 학교는 비상이었다. 우리 학교는 확진자 관련 뉴스가 쏟아지던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개학을 밀어붙이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학교는 아이들 맞이에 분주했다. 여러 안내사항은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 정리도 안 되고, 30명 이상이 함께 수업을 듣는 학급은 거리 두기를 어찌해야 하나 등등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교무실에 가득했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검사를 받으라는 보건소의 연락을 받지 못한 우리반 학생은 밤 11시가 넘어서 등교해야 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이 질문을 3학년 교사 단톡방에 다시 물어보고, 학생에게 답변을 하고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잠들 수 있었다.

▲ 고3 등교수업 첫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학교로 들어서는 학생들   © 최승훈

 

 등교 첫날, 걱정과 설렘 3:1의 마음으로 학교로 출근했다. 우리반은 2명이 검사를 받기 위해, 1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학교에 오지 못했다. 교무실은 검사를 받으러 간 학생을 파악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그동안 전화와 온라인 수업으로 목소리만 전달하다가 아이들을 만나니 어색한데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2교시까지!


 갑자기 하교시키란 연락을 받고 학교는 대혼란이었다. 안전 안내 문자 19개가 왔고, 전날 밤에 연락한 학생은 처음에는 검사대상자 아니라서 검사비를 내야한다 어쩐다 하다가 우여곡절끝에 검사를 받았다. 학생, 학부모에게 안내할 것도 많고, 파악해야 하는 게 뭐가 이리 많은지. 거기에 중간고사, 모의고사, 입시준비는 어떻게 하느냐는 학부모와의 전화 통화까지…


 오후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수업이 있는 교사들은 그 준비까지 하고 보니 왜 이렇게 무리하게 등교를 해서 이 난리를 만드는 것인지 다들 화가 많이 난 하루였다. 21일 모의고사는 온라인으로 치른다는, 말도 안되는 소식을 듣고 퇴근했다.


 5월 25일 다시 등교한 학교에서 20일에 경험한 '엄청난 대혼란'은 없었다. 혼란과 불안함과 예민함과 다시 등교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묘하게 공존하는 하루였다.


 본격적인 등교 이후 1주일 동안 조금씩 적응하면서 지내고 있다. 1주일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다. 등교할 때는 아무 증상이 없다가 학교에서 설사 증세가 나타난 학생을 부랴부랴 집에 보내고 병원으로 보낸 선생님은 누군가로부터 왜 아이들 등교시켰냐는 핀잔을 듣고 화가 솟구치셨다. 담임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인 것일까. 우리의 안전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으면서.


 수업 시간 말고는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이들도 마스크 쓰고 조심하긴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었다. 친구들과 붙어 다니며 이야기하고 장난치며 조잘조잘. 아이들이니까 당연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역시 답은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수업은 너무 덥고 힘들다. 마스크 쓰고 수업하는 것도 온라인 수업 초기처럼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적응하고 있다. 아이들은 책상 칸막이로 잘 보이지 않는 칠판을 보려 목을 옆으로 빼고 나를 쳐다본다. 칸막이와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들도 힘들지만 적응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초 ㄱ 중 ㄱ 고 추가 등교 후 예상못한 돌발 상황으로 등교가 중지된 학교들 뉴스를 접하면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겪을 혼란과 힘듦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돌발 상황이 너무 많아 불안하다. 이 망할 입시공화국에서 그래도 매일 학교에 나오는 고3 아이들과 대면해 수업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에 씁쓸하다. 학교와 우리는 언제쯤 괜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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