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현장에서] 급식실, 보건실도 문 닫은 학교에 유치원 아이들만 남기나?

시행령 개정으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해야

- 작게+ 크게

정은경·전교조 충남지부 유치원위원회
기사입력 2020-06-09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오는 아이들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시키는 것으로 만남을 시작한다. 화장실 갈 때 손 씻기,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떨어져 놀기, 대그룹으로 모일 때에도 거리 두기를 위해 정한 자리에 앉기 등 지시가 쉼없이 이어진다.

 

점심 먹기 전 체온 측정, 다 먹은 뒤에 또 측정, 교실로 돌아가서는 손 소독, 친구들과 놀이를 하려는 순간 다시 한번 거리 두기를 지도한다. 땀으로 젖은 마스크를 벗으려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벗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교사들은 스트레스로 쓰러질 지경이다.

▲ 전교조 유치원위원회는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요구하는 유치원 교사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 강성란 기자

 

오후가 되면 아이들 물통에 담아 줄 물 끓이기, 교실 바닥 청소, 간식 챙겨주기, 설거지, 교실 소독 등이 기다리고 있다. 방과후 교사에게 이 일을 다 맡길 수 없으니 서로 도와야한다.

  

아이들이 귀가한 뒤에는 간식과 교육활동 자료 구입, 유아 학비, 유아관찰기록 등 행정 업무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면 단위 한 학급 병설유치원 교사의 하루이다.

  

유치원에서 오후 7시까지 저녁 식사를 제공하며 긴급돌봄을 진행한다는 지침은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이 보도된 금요일 저녁 뉴스를 보고 알았다. 그 주말 당장 유아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주변 교사들과 연락하며 마음을 졸였다. 아이들에게 밥을 주라고 하면서 학교 급식실은 사용할 수 없다는 말에 도시락 업체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이리뛰고 저리뛰었다.

  

이 글을 적는데 유치원 교사에게 위탁급식업체 현황을 조사해 보고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그동안 식당을 찾느라 발로 뛴 것도 모자라 위탁급식업체를 조사해 장단점을 비교하라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하지만 안전과 청결이 보장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이들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 매번 조사를 하고 의견서를 제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에 따른 실질적 지원이 아닌 유치원별 사정이 다르니 현장에 적합한 방안을 찾으라는 답변이다.

▲ 만화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한 장면    ©오토리

 

3월부터 오늘(6월 8일)까지 69일째 유치원은 긴급돌봄과 교육을 계속해왔고, 각 가정에 가정놀이꾸러미를 보낸 뒤 스마트폰 키즈노트와 전화 통화 등을 통해 놀이법을 안내했다.

 

1, 2주 땜질씩으로 개학을 미루던 교육부는 520일 유치원개학을 확정한 이후에는 수업일수를 다 지키라고 한다.

 

이제 초등이 방학을 해도 유치원은 통학 차량, 급식, 보건인력 없이 단독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식당도, 간식 업체도 없는 시골 학교에서 급식실과 보건실도 문 닫은 채로 유치원 아이들 수업을 진행한다면 유아의 건강과 안전은 무방비 상태에 놓일 것이 뻔하다. 혹서기에도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해야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업일수인가 건강과 안전인가? 이는 교육부가 지금껏 무책임하게 방관한 결과이다.

 

보건인력이 0인 유치원 현실을 감안하면 교사는 수업 중 수시 발열 검사, 청소, 소독은 물론 증상을 보이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일시적 관찰실 운영도 책임져야 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유아교육과정을 놀이 중심으로 개정하였다. 새로운 교육과정은 아이들을 교육과정의 주체로 세우고 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수업일수가 아닌 아이들의 삶에 대한 이해이다.

 

유치원 교사도 행정 업무에 짓눌리지 않고 아이들과 눈 맞추며 제대로 수업하고 싶다. 교육부는 이런 교사들의 마음을 외면한 채 업무 폭탄과 수업일수로 교사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 유치원 교사들이 학생들 가정에 전달할 놀이꾸러미를 만들고 있는 모습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제공

  

유치원 교육과정은 초중고교와 달리 진급을 위한 필수 이수 교육시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일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 원격수업을 하라지만 유치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유치원 폐쇄로 교직원 전원 출입이 통제되고 원격수업도 불가하다.

 

교육부에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유치원에서 수업일수는 중요하지 않다. 유치원의 중심은 아이들이다.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수업일수를 줄여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해 달라.

 

*6월 8일 전교조가 진행한 <유아의 건강과 안전 보장을 위한 수업일수 감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한 유치원 교사의 현장 발언을 글로 옮겨적은 것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교육희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