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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공존의 꿈

김진만·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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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MBC PD
기사입력 2020-09-10

 

▲ 김진만 프로듀서

지금 이 순간 지구 상 인간이 사라진다면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만일 곤충이 사라진다면?

 

곤충이 사라지면 식물의 수분을 담당해줄 매개자도, 숲을 솎아주고 분해해주는 조정자도 사라지기 때문에 숲은 건강을 잃고 생명의 터전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사라지면 숲은 건강을 되찾고 더욱 푸르러질 것이다. 인간은 기후변화의 가해자다. 인간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활동을 위한 이동을 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매 순간 엄청난 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그 탄소는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이상기후를 만들어낸다.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간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인간들은 전염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외부 활동을 줄이며 타인간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 이동을 자제하고 공장을 멈추자 생태계는 활력을 되찾고 있다. 스페인의 숲에 곰이,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코요테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 다큐팀이 촬영 중인 강원도 동강의 물 속은 놀랄 정도로 맑아졌다.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 때보다 공기가 깨끗해졌음을 느낄 것이다.

 

지난 10년간 지구 곳곳을 찾아다녔다. 환경 다큐를 촬영하기 위해 수 십여 나라는 물론 아마존, 시베리아, 캄차카, 북극, 남극까지 가봤다. 열대우림이 불타고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광활한 야생지역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식물들이 영문도 모른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북극으로 가는 얼음길이 녹아내려 바다사자를 사냥할 수 없는 북극곰은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캄차카 호수의 수위가 높아져 연어를 잡을 수 없는 불곰들은 배고픔을 물로 채운다.

 

거대한 남극의 빙산이 떠내려와 서식지가 막힌 펭귄들은 더 이상 새끼를 키울 수도 없다. 수 개월간 이어진 호주의 대형 산불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코알라와 캥거루를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그런 비극은 동식물이 아니라 인간을 향할 것이다. 이미 투발로우나 키리바시 같은 섬나라는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자체의 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결국 인간이 져야 한다.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란 잘못된 인식 속에서,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문명이 결국 기후변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고 그것이 가능해야 미래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 김진만 PD가 연출한 MBC 창사특집 <곰>의 한 장면  © MBC 홈페이지 갈무리

 

다큐멘터리 곰을 촬영하면서 지리산에 올무곰을 만난 적이 있다. 사냥꾼이 놓은 올무에 걸려 오른쪽 앞다리를 잃은 곰이었다. 지리산 국립공원 전문가들은 올무곰이 더 이상 자연에서 살아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니었다. 녀석은 세 개의 다리로 나무를 능숙하게 타기 시작했다. 지리산에 다시 방사된 올무곰은 다음해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지금쯤은 새끼들이 엄마인 올무곰에게서 독립해서 지리산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올무곰을 보면서 자연이 가진 '회복'의 힘을 느꼈다. 자연에게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간의 활동이 멈춘 지금 야생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올무곰의 새끼들이 지리산에 있으면 우린 지리산을 개발할 수 없다. 케이블카도 들어가선 안된다. 우린 불편하겠지만 곰이 살아가는 숲은 지켜질 수 있다.

 

환경을 지킨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분리수거를 하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몸이 좀 피곤해진다. 때론 커다란 동물들 때문에 놀라거나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 속에서 공존의 길이 열린다. 곰이, 수달이, 여우가 살아가야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지 못하는 지구에서 인간만이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환경파괴의 여파는 미래세대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정말 말하기 미안하지만, 기성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기후변화를 늦출 뿐 정작 해결의 열쇠는 미래세대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불편함과 공존에 대한 인식을 미래세대에게 깨우치기 위한 교육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가치 외에도 향후 '환경'이 얼마나 경제적으로도 가치 있는 지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탄소배출거래는 돈이다.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찾은 누군가는 빌 게이츠나 제프 베조스 이상의 부자가 될 수 있다. 환경 속에는 이처럼 공존의 길이, 성공의 길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교육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희망이 존재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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