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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말고 '접촉'에 집착해 주세요

"너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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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성장학교 별 교장
기사입력 2020-09-10

영국 국민 건강 관련 기관의 수석 디자이너인 딘 비퐁드 (Dean Vipond)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닥친 올 3월에 사내 블로그를 통해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단순하게 기본에 충실하게 하십시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데 너무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고 원래 쓸 수 있는 기술을 더 풍부하게 활용하십시오. 기술에 집착하지 말고 접촉에 집착해 주세요"

 

이 내용은 영국 전역의 관련 업무자에게 공유되었고, 영국의 디자이너들을 포함한 실무자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 기술에 속한 전화나 문자 메시지, 영상전화와 오래된 소셜 미디어를 이용, 다양한 창의적 방법으로 업무에서 자연스런 혁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분의 글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여러 선생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불안한 상황이 닥칠 때 화장실에 가게 되는 것은 생리적으로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다. 이동을 빠르게 하기 위한 오래된 습관, 우리 뇌에 깊숙하게 새겨진 반응이다. 또한 위급한 상황, 돌발 상황, 처음 해보는 생경한 일을 하게 되면 우리 뇌는 다니엘 골맨이 이야기한 High Road(전두엽 경유 회로)보다는 Low Road(전두엽 비경유, 해마-편도체 반응회로)를 더 많이 쓰게 된다. 평상시와 다른 반응을 해야 생존하니까 이 또한 인간의 기본 반응이다.

 

또 행동경제학자 카너먼이 말한 심사숙고 시스템은 지금 작동되기 어렵다. 지금 효율적으로 잘 움직이는 사람들은 직관 시스템을 보다 잘 활용해서 적응해 나간다. 예를 들자면 지금 줌 사용의 알파와 오메가까지 다 배우려고 하면 뇌가 작동되기 어렵다. 필요한 것만 먼저 배우고,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샅샅이 배우면 된다.

 

 

 


뒤떨어진 기분 정상
 
 

익숙하게 잘하는 일로 해야 할 일 하기

올 상반기에 '마비되었었다고' 하는 선생님들을 여럿 만났다. '두뇌가 정지되었다, 너무 걱정이 되었다, 원격 수업에서 동영상 기술이 불편했고, 뒤떨어진 기분으로 힘들었다'는 분들은 안심하셔도 좋다. 지금 완벽하지 못한 것은 정상이다. 아주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잘 할 수 있는 일로부터 정말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괜찮다. 아이들과 전보다 전화 통화 더 많이 하고, 카톡도 필요할 때 하고, 자료도 이메일로 보내주고, 정말 궁금할 때는 영상통화도 하면 된다.

 

그리고 '하는 일 없이 피곤했다'는 이야기도 선생님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 방역부터 수업까지 많은 일을 했고 또 본인의 면역 강화와 가족 돌봄까지 모두 긴장감 속에서 적지 않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평상시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지내고 있기에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피곤은 더 쉽게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런 피곤과 피로가 누적된 상태가 현재 우리 상태이고, 그래서 전보다 소진이 빨리 오고 있는 것이 정상인 상태이다.

 

6월에 캐나다 위니펙 대학 교육학과에서 교사 1300여명 대상으로 교사들의 고충과 번아웃 상태를 조사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조사의 내용을 우리 선생님들에게 소개시켜드렸더니 다들 공감하셨다.

 

첫째, 학생들 걱정이 가장 큰 스트레스다. 특히 취약성이 있는 아이들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둘째, 원격 수업을 걱정으로 꼽았고, 셋째 학생들의 불평등을 더 잘 알게 되어 스트레스가 된다고 했다. 넷째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으며, 끝으로 간결한 것이 더 아름답고 기본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우리 선생님들 의견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시기에 학력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겁박하는 관청과 언론사는 거의 한국이 유일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에서 핵심 사유가 사교육이라는 것도 우리의 고유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교사들이 코로나 시기에 스트레스 받는 것은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즐기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비교적 잘 견딜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가 더 현실적일 것 같다.

   

공백과 결핍의 두려운 시간 보내는

아이들에게 물어봐주기

 

이 시기에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절망이다. 상황이 이래서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면 접촉이 끊긴다. 그러면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될 수도 있다. 공백의 시간, 결핍의 시간이 될까봐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주구창창 중독자가 되어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에 대한 걱정, 위생수칙과 감염에 대한 걱정, 일상을 유지하기 힘들고 혼공(혼자서 공부)이 버거워서 갖게 되는 스트레스 등으로 기진맥진하다가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늘고 있다.

 

세계 프레네 협회에 호세텐시아 페르난데스라는 멕시코 교사가 다른 나라의 프레네 교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제안했다. 세계의 아동청소년들이 코로나로 인해 무엇이 힘들었고, 좋았고, 그리웠고, 다시 학교를 가게 되면 뭘 제일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고, 그리고 나누어보자고. 이것 저것 하라는 잔소리를 약간 줄이고, 우리에게 힘들지 않냐고 누가 물어봐주고 격려해주기를 바라듯이 아이들에게 물어봐주자고. 그리고 그 답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의 제안 사유는 아이들에게도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어서였다고 했다. 코로나 19 감염이 재확산되는 이 시기에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함께 물어보면 좋겠다.

"너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니?"

  

김현수·성장학교 별 교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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