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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침 8시 카운터로 존재감 알린 안성민 교사

법외노조 카운터는 박수칠 때 끝났다. 교육부도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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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기사입력 2020-09-10

 

▲ 카운터 올리는 작업을 마치며 9월 4일 법외노토취소통보 공문이 고용노동부에서 온 날, 전교조본부지부일꾼텔방에 마지막 인사를 남긴 진짜 마지막 카운터.     ©안성민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600여명이 있는 전교조본부지부일꾼 텔레그램방에 법외노조 통보된 지 오늘로 몇일인지를 알 수 있도록 숫자판, 이른 바 카운터를 올려온 교사가 있다. 충북지부 청주남부중등지회 안성민 교사다. 전교조 법외노조가 취소되면서 이 카운터도 멈췄고 그것을 텔방에 올리는 일도 끝났다. 매일매일 꼬박꼬박 하루도 빠짐없이 카운터로 존재감을 발산했던 그에게 지난 7, 유선으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언제부터 시작했나?

나도 언제 시작했는지 몰라서 뒤져봤다. 어느 순간 시작된 거다. 뒤져보니까 201963일부터였다. 선고가 93일이었으니 13개월 만에 끝난 거다. 시작했을 때가 노조아님 통보 2048일째부터였다. 끝났을 때가 2506일이었다. 빼 보니 458일동안 올렸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불현 듯 생각해보니 그 때가 충북지부 청와대 농성담당이었다. 농성 끝나고 지부 식구들이랑 내려와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농성마무리 집회 때 사회 본 최창식 샘이 오늘이 법외노조 몇 일째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법외노조가 며칠까지 갈까 궁금했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법외노조일은 588일로 멈췄는데 문재인 정부는 며칠을 더 추가할까가 궁금했다. 우리끼리 알림판처럼 만들어서 지부에서 매일 한번 올려보는 건 어때라는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서 충북지부에서 어떤 모양을 할래. 어떤 내용을 넣을래.”말하면서 투표도 하고 이거 오래 안 가겠지라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올려 본 거다. 그게 다다. 그런데 그것이 1년을 넘을지 몰랐다.

 

매일 8시에 올라왔다. 8시에 의미가 있는가

우리 충북지부도 그렇고 전국에 있는 모든 지부에서 아침 선전전 시작하는 시간이 대체로 8시다. 왠지 8시가 주는 느낌이 아직 샘들은 출근 전이고 전국적으로 모두 아침 선전전이 시작되다 보니 전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모두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요 시간에 맞추면 전국에 있는 샘들이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래서 8시로 맞춰본 거다. 8시가 되면 본부지부텔방에 여기저기 하고 있는 선전전 사진이 계속 올라온다. 8시는 전교조가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대다.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어떤 기분이었나

카운터를 일주일 단위로 편집을 했다. 프로그램을 따로 돌렸던 게 아니고 손으로 일일이 숫자를 수정을 해서 올리는 거였다. 매일 이 작업을 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매주 일요일 저녁에 할 일로 정해 놨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개판을 일일이 노조아님 통보랑 문재인 정부 때랑 해직교사 해직된 날이랑 세 개를 바꿔줘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법외노조 기간이 길어지면서 숫자를 수정할 때마다 너무 귀찮았다. 숫자판만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는 588일로 안바꾸는데 문재인 정부는 계속 바꿔야 했다. 어느 땐가는 심지어 박근혜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숫자를 안바꿔도 되니까.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매일매일 숫자를 바꿔줘야 했다. 세상 귀찮았다. 그러다가 귀찮은 마음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니까 내성이 생기면서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멈출 수가 없었다. 법외노조 취소가 안되니까 취소될 때까지 해야겠다는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중간에 양식을 슬쩍 바꾼 이유가 숫자 바꾸는 작업을 좀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솔직히 있어보일려고 하나하나 숫자칸을 따로 만들었다. 귀차니즘이 사람을 변화시켰다. 통으로 숫자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바꾸면서 좀 더 편해졌다. 처음에만 해도 이게 백 단위에서 천 단위로 갈지 상상도 못했다.

  

▲ (왼쪽) 2019년 6월 3일, 처음 시작한 카운터 (오른쪽) 2020년 9월 3일 마지막에 올라간 카운터 ...자세히 보면 숫자 쓰여져 있는 게 바뀌었다. 귀차니즘의 발로다.  © 안성민


 
마지막 숫자판을 올릴 때 어떤 기분이었나

기대를 안할려고 했다. 실망이 커질까봐 문재인 정부에 하도 배신을 많이 당하다보니 기대 안했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안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오히려 93일 마지막 날에는 카운터를 덤덤하게 올렸다. 법외노조 취소가 되면 더 기뻐하려고 하는 마음도 있었다.

 

대법원 선고가 오후에 났다. 94일자부터 6일까지는 미리 만들어놓은 카운터가 있었다. 오히려 취소 안 될까 봐, 불안한 마음에 카운터를 마치겠다는 말이 들어간 건 만들지 않았었다. 솔직히 법외노조가 취소될 거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왠지 다음날 또 카운터를 올릴 걸 같은 불길한 마음도 들었다.

 

93일이 목요일이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이미 만들어놓은 금토일 카운터 3개를 삭제 버튼을 세 번 눌러 삭제하는 일이었다. 어찌나 속시원하고 후련하던지, 그날 저녁에 너무 벅차서아 이것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생각하게 됐다. 날짜 계산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분도 있었고 고맙다는 분도 계셔서  살짝 욕심이 났다. 그래서 올린 사람이 저예요 하면서 일부러 사진을 올린 거다. 마침 지부에서 행사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 찍힌 사진이 있어서 그런 기분도 표현할 겸 급하게 만들어서 올렸다.

 

해직교사 원직복직 될 때까지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마친다고 글을 올렸는데 난감해 지더라.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다. 아 맞는 말이다. 법외노조 취소가 끝이라고 생각한 적 없고 원직복직 때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법외노조 취소가 원직복직의 큰 실마리를 끊었다고 생각하고. 이후의 원직복직은 큰 고비를 넘김으로 인해서 그 길도 터졌다고 생각했다. 해서 하지 않겠다는 의미보다 원직복직될 때까지 싸움은 계속 가야 한다고 멘트를 날리면서 이쯤에서 멈추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한 고비는 넘겼다. 이제는 그 하나를 향해서 달려나가면 되니까 사실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접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 인기 정상에 올랐을 때 그만 두는 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딱히 없는데같이 하고 싶었다. 우리 전교조가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누굴 보라고 올리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끼리 보는 거다. 우리 이렇게 지금 싸우고 있다. 우리 지금 이렇게 오랫동안 핍박을 받고 있는 거고 참교육이 짓밟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다. 막상 법외노조 취소는 끝났지만 마지막은 아직 안 온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물었지만, 이제 시작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끝까지 참교육 운동을 전교조 전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알고, 그렇게 참교육을 실천하면 어떨까.

 

전화기를 통해서 진행된 인터뷰였다. 안성민 교사는 카운터를 올리는 일이 전교조는 우리 안에, 내 안에, 그리고 이 사회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숫자가 주는 힘이 대단하다. 기록된 숫자가 기억하고 담고 있는 상징성도 상당하다박근혜 정권 588일째, 문재인 정권 1212일째, 전교조가 법외노조였던 기간이였다. 문재인 정권의 카원터 숫자는 멈췄다. 그러나 해직교사 해직기간 1688일째의 카운터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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