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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 당사자가 현 정부에 고함

가장 큰 위기는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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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기사입력 2020-09-15

생전 이런 비는 처음 봐. 전에는 비도 알맞게 왔고, 눈도 알맞게 왔고, 뭐든 알맞게 왔어

 

54일이라는 장마를 생전 처음 겪은 전북 남원 주민의 말이다. 2020912일 오후 4,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펼쳐지던 그 시각, 전북 전주오거리 문화광장에는 신발 수백켤레가 놓여져 있었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행진을 사람 대신 신발로 상징화한 것이다. 이 광장 한복판에서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기후위기비상 전북시민선언문을 발표한다. 올 여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남원주민의 말은 이 선언문 첫머리에 실린다.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지구상에는 이미 다섯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이제 지구는 여섯번째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고. 최근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인류의 멸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2020년 9월 12일 오후 4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진행된 가운데 전북에서는 전주오거리문화광장에서 열렸다. 광장에는 신발 수백켤레가 놓여져 있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행진을 사람 대신 신발로 상징화한 것이다.     ©김상정

 

 

기후위기, 존재하는 지금 이 시대의 현실이다.

이번 폭우로 남원은 하우스가 무너졌고 농작물은 물에 잠겼다. 섬진강변 도로는 곳곳이 유실되었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행했다. 요천은 범람했고 광한루원 앞 도로까지 물이 넘쳤다. 집단 고사 중인 지리산과 한라산의 구상나무, 떼죽음 당하고 있는 제주도의 산호, 두 달 넘게 폭우가 지속 된 중국, 여름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은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7개월째 꺼지지 않는 시베리아 산불, 녹아내리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한국의 12배가 넘는 땅을 모두 태우고 소도시를 모두 잿더미로 만들고 있는 미국 서부 산불, 폭염이었다가 하루만에 폭설이 내린 미국 덴버, 몇 년째 가뭄으로 초토화됐던 아프리카 남수단은 대홍수가 났다. 나일강은 범람했고 피라미드는 물에 잠길 위험에 처했다. 서유럽, 중동, 미국, 시베리아, 중국, 그리고 한국. 전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이재민이 발생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동식물들이 죽었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이 강타했다.

 

▲ 비상 상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 동안, 수백켤레의 신발이 놓여진 광장 중간중간에 서서 기후위기비상행동에 함께 한 시민들이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상정


알맞았던 기후는 이제 옛날 일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막지 못하면 극한적인 기후 재난과 생물 대멸종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고 2도를 넘기게 되면 기후시스템은 회복력을 상실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선언문 끝머리에는 이런 글이 있다.

무한경쟁과 욕망은 우리의 본성이 아니며 자본가가 필요로 하는 허상이다. 지구에는 인간만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결코 만물의 영장도 아니며 어떤 생물종도 지배하고 착취할 권리가 없다.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한다. 석탄발전소와 핵발전소를 모두 멈춰라. 새만금 사업과 지리산 산악열차 개발, 지역주민을 무시하고 대규모 생태파괴를 가져오는 대규모 중앙집중식 에너지 사업을 멈춰라. 모든 개발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끊임없는 성장과 개발 발전 이데올리기에 지배당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의 수용성 안에서 생명과 기쁨, 관계, 평화, 정의가 중심 가치가 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겐 절망과 포기 대신 새로운 세상을 디딜 용기와 연대가 필요하다.”

 

 

▲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손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펼치고 있다.  © 김상정

 

 

여섯 번째 멸종 대상자가 정부에 고한다.

이날 멸종저항을 뜻하는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나온 방선영씨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해져만 간다. 과연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의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그는 흔히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위기다.’라는 말을 언급했다. 그리고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두 딸의 엄마로서, 여섯 번째 대멸종의 당사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현 정부에게 고했다.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이라면 곧 국민 앞에 들이닥칠 재앙적 현상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진정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 세대 앞에 진정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라. 부디 아이들이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라. 부디 아이들이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해라.” 

 

▲ 한 어린이가 '엄마, 아빠 지구를 구해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에 함께 하고 있다.  © 김상정

 

우리는 살고 싶다라는 주제로 열린 전국동시다발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2, 전북 오거리문화광장과 서울로7017 윤슬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로 온라인에서 #우리는살고싶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사진을 게시했다. 전국 곳곳 광장에 모인 이들은 최소 인원이 모여 피켓시위 등의 행위극 형태로 진행됐다. 전주오거리광장에서는 선언문을 발표한 후,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는 5분이라는 시간 동안 직접 만들어 온 손피켓을 들고 놓여진 신발 사이사이에 침묵 시위를 펼쳤다.

 

이날 서울로7017 윤슬광장에서 열린 기후비상 집중행동 온라인 집회(9/12'우리는 살고 싶다' 비대면 집회)는 오후 5시부터 '기후위기 비상행동' 유튜브 채널을 통해 1시간 반동안 생중계됐다. 방송은 https://www.youtube.com/watch?reload=9&v=l-I84cEgS3w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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