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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공'으로 즐기는 '다함께' 체육수업

공과 몸이 닿는 시간… '앉아도 보고, 배에 깔고 누워도 보고'

임혜정 · 서울 송례초 l 기사입력 2022-04-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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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정평한

 

   체육수업은 많은 교사에게 어느 교과의 수업보다 어렵고도 껄끄러운 수업일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체육 시간을 기다리지만, 막상 재미있게 가르치기는 어렵다. 교과서에 나오는 운동 종목과 활동에 따라 수업을 하면, 동작을 시범 보이는 것도 부담스러울뿐더러 학생들은 지루해하거나 불만을 터트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피구나 발야구를 하라고 공을 던져주면, 신체 기능이 뛰어난 몇몇 학생들 위주로만 시합이 돌아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이내 소외된다. 소외된 학생들은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고, 대놓고 딴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 뿐만 아니라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판정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거나 체육 시간이 끝난 뒤까지 앙금이 남는 일도 흔하다. 모든 학생들이 조금 더 고루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형 규칙을 도입하거나, 신체 기량보다 재미와 협력을 중시하는 뉴스포츠를 연구해 보기도 하고, 학생들과 토의를 통해 체육 시간 약속을 정해도 본다.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면 안 할 때보다야 당연히 낫지만,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체육과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구성된 방식, 나아가 우리가 신체활동과 체육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체육과 교육과정 목표는 신체활동을 통하여 활기차고 건강한 삶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습득함으로써 스스로 미래의 삶을 개척하고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지식, 기능, 태도를 기르는 것이다. 뛰어난 신체 운동기능을 기른다거나,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건강, 경쟁, 도전, 표현, 안전의 다섯 영역 중 경쟁과 도전 영역만이 중요한 것처럼 흔히 착각한다.

  

  체육과의 원래 목표에 충실하게 '활기차고 건강한 삶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체육수업, 소외되는 학생이 없이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체육수업,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안전하고 협력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즐거운 체육수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1학년 학생들과 공놀이 수업을 해 보았다. 수업 활동 아이디어는 몸 움직임 교육 단체 [변화의 월담]과 함께했던 연구 모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첫 번째 활동은 공과 만남 갖기다. 힘껏 던지거나, 힘껏 차거나, 재빨리 피해야 하는 만남이 아닌, 편안하고 즐거운 첫 만남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활동이다. 손에 쥐고 꾹 누르면 푹신하게 찌부러지는 스펀지 공을 학생 수만큼 준비했다. 공과 인사하는 마음으로 공과 몸이 닿도록 해 본다. 손끝으로 작게도 만나보고, 뺨에 대어 크게도 만나본다. 머리 위에도 올려보고 다리 사이에 끼워도 보고 위에 앉아도 본다. 팔에 굴려도 보고 배에 깔고 누워도 본다. 공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여기저기서 이렇게도 공과 만날 수 있다며 자기가 생각해낸 방법을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방법으로 공과 만나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면 다른 학생들에게 소개해주고, 따라서도 해본다.

 

 공과 내가 혼자 만났으니, 친구와 함께 둘이서도 만나 본다. 한 명이 서 있으면 다른 친구가 공을 잡고 온몸에 굴려준다. 팔을 따라서 올라갔다가 다리를 따라서 내려오고, 훌라후프 돌 듯 빙글빙글 돌려도 준다. 충분히 공을 만났다면, 손을 대지 않은 채로 두 사람이 공에 함께 닿은 채 떨어뜨리지 않고 움직여 본다. 배에 끼우고 뒤뚱뒤뚱 걷는 한 쌍, 어깨와 어깨를 마주 대고 앞으로 걷는 한 쌍, 이마 사이에 공을 마주대로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는 한 쌍이 섞여 웃음보가 터진다. 이제 짝을 바꿔 둘이서 마주 보고 앉는다. 공을 굴려주고 돌려받는다. 조금씩 멀어지며 공을 굴려준다. 정확히 친구한테 보낼 수 있도록 신경 써서 굴려주되, 친구가 잘못 굴려줬다고 해서 짜증 내지 말고 내가 몸을 움직여 잡는다. 지금은 굴리는 시간이고, 던지는 시간은 나중에 가질 것이기 때문에 꼭 던지지 말고 굴리도록 한다. 평소 장난이 많거나 경계를 존중하는 방법을 아직 다 익히지 못한 몇몇 학생들이 공을 던지면 잠시 따로 앉아있는 시간을 가진다. 규칙을 잘 지킬 것을 약속하고 다시 활동으로 돌아간다.

 

 다시 짝을 바꿔서, 이번에는 일어서서 친구를 마주 본다. 손을 내밀어 악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서서, 공을 던져주고 받고, 다시 던져주고 받는다. 떨어뜨리지 않고 잘 던지고 받았다면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다. 다시 던져주고 받고, 던져주고 받아본다. 뒤로 물러날수록 친구에게 정확하게 던져주기가 쉽지만은 않다. 무조건 세게 던지면 친구가 받기 어려울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떨어뜨리면 다시 처음처럼 가까이 돌아와서 반복한다. 공을 떨어뜨려도 화내거나 실망하기보다는 즐거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한동안 했으면 짝을 바꿔서도 해 본다. 사람마다 던지는 스타일도, 받는 스타일도 달라서 서로 적응이 필요하다.

 

 조심조심 서로 배려하며 활동하느라 고생했으니, 수업을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마음대로 공을 던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절반이 먼저 나란히 서서 공을 힘껏 던진 후에 달려가서 주워다 나머지 절반의 친구들에게 준다. 번갈아 가며 두 번씩 던지고 몸을 털어주어 정리운동을 한다. 

 

 수업 끝머리에 공과 첫 만남이 어땠는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여럿이 "재미있어요!"라고 외친다. "부드러워요, 푹신해요, 쉬워요."라고. 다행히 "무서워요"는 한 명도 없었다. 굴리고 던져 봤으니 다음 시간에는 발로 공을 몰고 차기도 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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