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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 아주 특별한, 마음 잇는 시 수업

감정 교류로서 시 창작하기

황경희·경기 송우고 l 기사입력 2022-07-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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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삶에서 왜 감정이 중요할까요? 상대의 감정을 읽어 주는 것, 공감한 것을 드러내어 나누는 것,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평화로운 관계 형성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매우 서툽니다. 그렇다 보니 언어의 스펙트럼이 좁아지고, 단순화된 언어들은 사고를 단편적으로 만듭니다. 둔탁한 감정 표현들이 오갈수록 관계는 삭막해지고 진솔한 대화는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폭력적인 관계가 일상화되기에 이릅니다.

 

시의 힘으로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 

폭력적인 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교실에서 시가 힘을 낼 수 있다면 아이들의 삶은 밝게 빛날 것입니다. 시를 창작하고, 낭송하며, 느낌을 나누는 일은 부족한 감정을 풍부하게 채워주고, 둔탁한 감정을 섬세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는 내면의 진정성 위에서 창작되는 미적인 예술입니다. 시에서 사용되는 비유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들, 다층적으로 표출되는 감정들은 풍부한 언어 능력을 길러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주며 평화로운 교실 문화를 확산시킵니다.

 

제가 속한 모임(따돌림사회연구모임 서사교육팀)에서는 오래전부터 평화서사교육을 연구・실천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감정 교류로서 시 교육입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내적 독백(나 자신과의 대화)이자, 다른 이와 감정을 주고받는 타인과의 대화입니다. 즉 한 편의 창작된 시는 ‘나와 나(자신)의 대화’, 창작시를 서로 읽어보며 공유하는 것은 ‘나와 너(타인)의 대화’인 것입니다.

 

시가 난해한 ‘문학적 산물’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나와 너의 ‘소통의 창’이 되어서, 교실에 난무하는 갖가지 폭력을 몰아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금 특별한 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로 얘기 하고 시로 답하며 감정을 나누는 대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 창작 수업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수업 과정과 창작시 일부를 소개합니다.

 

▪수업과정(고2 2학기 문학) : 허난설헌의 가사 ‘규원가’로 가사의 특성 공부하기 - 자신의 삶을 토대로 4음보 서사시 창작 + 시에 감정을 표현하기- 첨삭하기(교사와, 학생 서로) - 시 낭송하기 – 친구의 시에 답시 쓰기 – 답시 받은 소감 댓글 달기

 

▪학생 창작 시

 

① 매개시 : 학생의 서사시

 

              가시방석 

                                    - 학생시

 

거울에 비치는 나의 얼굴 바라봐 

스스로 창피하니 누구 탓을 하오리까 

겉모양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한숨 나니 

내 어릴 적 친구들의 뾰족한 돌덩어리 

돌을 맞고 슬퍼도 웃어버린 내 어릴 적 

내리는 빗물에 빗물처럼 울음 짓던 

한없이 좁쌀같이 작아지는 나의 마음 

주위는 아니라고 위로하는 말을 건네도 

스스로 작아지니 누구 말을 들으리까

친구들의 말들이 나에게는 가시방석 

가시방석 푸근키엔 드러나는 슬픈 웃음

이제 더욱 지쳐가는 나의 얼굴 슬픈 웃음 

작아지는 나의 마음 위로하고 사랑하여 

나를 더욱 가꿔가세 나를 더욱 사랑하세

 

(창작의도 : 나의 낮은 자존감 때문에 깎아내린 나를 이제는 좀 더 사랑하자는 마음을 슬픔, 창피함, 희망 등의 감정으로 표현했다.)

 

② 매개시에 대한 답시 : 앞 친구의 서사시에 대한 답시

 

                  빛 

                                  - 학생시

 

내 얼굴 내 모습 사랑하지 않을 때 

내 마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 

스스로는 그때 세상 가장 작아진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세상 가장 소중하다 생각할 때 

스스로는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작아진 나의 마음 키워갈 때 

얼굴에 예쁜 웃음 띄울 때 

너는 세상 가장 빛난다.

 

(답시 의도 : 나도 나 자신을 창피하게 여겼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 스스로가 빛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존감이 낮으면 겪는 아픔을 알기 때문에 친구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③ 매개시의 저자 댓글

"친구의 답시가 나의 시에 대해 위로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고마웠다. 내 고민을 공감해주고 용기를 주는 친구가 고맙다."

 

①의 매개시가 조금 예스러운 어조를 지닌 것은 고전시가인 가사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4음보 연속체라는 가사의 특성은 자신의 인생 서사를 풀어내는 데 비교적 적합한 시가 양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길이 제한이 없고, 4음보만 갖추면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매개시는 가사의 형식을 지켜 창작하고, ②와 같은 답시는 자유시로 쓰되, 매개시 화자의 감정에 화답하는 내용을 담게 하였습니다. 어려운 상징이나 고도의 함축성, 수사 기교 등을 요구하지 않았고, 진솔한 표현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쓴 시에 답을 받으면서 매우 뿌듯해했고, 시에 대해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교류하도록 만드는 매개체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처음에 메시지나 화두를 던진 시를 ‘매개시(기본시)’라고 하고, 거기에 답하는 시를 ‘답시’라고 합니다. 매개시는 답시를 써서 감정을 교류하도록 만드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친구가 쓴 ‘매개시’를 읽고 거기에 대해 ‘답시’를 써주는 방식으로 공유해 나갑니다. 이 수업에서는 ‘매개시’가 친구의 창작시였지만, 교사가 쓴 시나 기존의 문학 작품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매개시’가 어려워 학생들이 ‘답시’ 쓰기를 힘들어한다면 중간에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2차 매개시(기본 매개시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 쓴 시, 주로 교사가 창작한다)를 제시해도 됩니다. 습작한 시에 대해 교사 또는 학생들끼리의 퇴고(첨삭) 과정을 거치고, 완성작을 리듬에 맞추어 낭송하며 시 대화가 완성됩니다.

 

답시는 매개시에 담긴 화자의 감정을 읽어내고 이에 화답하는 마음을 담습니다. 어떤 시든지 화자의 감정을 1, 2차 감정으로 나누도록 해 보았습니다. 처음 성찰한 마음의 흐름을 1차 감정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토대로 다잡은 마음을 2차 감정이라고 하여, 1차에서 2차로 승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시를 첨삭하다 보니 표현한 감정 대다수가 이미 1학기 시 창작 수업에서 공유된 것이었습니다.

 

학급에서 나누고 싶은 감정들 

여기서 잠깐 1학기 시 수업을 설명하면, 1학기에는 학급에서 공유하고 싶은 감정을 선정하고 그것을 소재로 시 창작하기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선정된 감정은 ‘행복, 만족감, 희망, 고마움, 외로움, 그리움, 두려움, 수치심, 슬픔’이었습니다.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감정, 현재 극복하고(위로받고) 싶은 감정, 두 부류가 함께 선정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긍정적인 지향도 필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현재의 어려움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2학기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이들이 매우 대견했습니다.

 

앞의 예로 든 시에서 이 감정들이 어떻게 교류되고 있는지 잘 드러납니다. ①에는 열등감과 낮은 자기효능감으로 슬퍼하는 자신에게 용기를 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화자가 드러납니다. 이에 대해 ②의 화자는 그를 위로하며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합니다. 매개시에 담긴 진솔한 고백에 장난으로 화답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친구의 감정에 공감하고, 어떻게 답할지 고민하며 한줄 한줄 써 내려가는 모습은 저에게 감동과 보람을 안겨주었습니다.

 

감정을 교류하는 교실의 삶, 평화로움

감정을 교류하는 교실, 아이들의 삶은 평화롭게 바뀝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여럿이 어울린 공동체로서 공적인 규약을 지키고 관계를 맺으면서도, 개인들의 사적인 개성을 발휘하고 꿈을 희망합니다. 교실이 공적인 곳으로서 평화로운 이야기를 만들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적인 이야기도 평화롭게 바뀔 것입니다.

 

시로 현재의 감정에 대한 성찰과 지향해야 할 감정(사적, 공적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은 평화로운 이야기의 뿌리를 굳건히 하는 일입니다. 거센 비바람이 와도 뽑히지 않는 건강한 교실이 되는 길입니다.

 

누구나 시로 말하고 답하는 교실, 아름답고 건강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교실이 되기를 꿈꿉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 평화를 향해 나아가시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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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날다,감정교류,시창작, 관련기사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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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응상 22/07/14 [10:06]
멋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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