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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락] 1989년 해직교사의 2023년 학교일기

"교사를 위해 움직일 사람은 오직 교사뿐입니다"

임성무 · 대구 화동초 l 기사입력 2023-09-0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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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교사들과 마주 앉았다

참으로 길고 긴, 슬프고 고통스러운 분노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대구도 개학했다. 전교조 지부장 2년을 마치고 복직을 할 때, 아내는 이제는 담임을 맡지 말라고 했지만, 학교를 옮기고 담임을 맡았다. 남은 교직 기간 아무일 없도록 하느라, 기후위기 생태전환교육의 사례를 만드느라 정신없이 보내기도 했지만 늙은 교사가 혹시라도 꼰대소리를 듣지나 않을까 수많은 경계를 피하느라 조심조심 한 학기를 마무리했다. 

 

7월 18일,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알고 나는 맨 먼저 우리 학교 신규교사들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했다. 아직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나는 후배 교사들이 걱정되었다. 방학 동안 나는 시국기도회 준비로 바쁘고 지쳐서, 내가 신규교사 때처럼 이 상황은 후배들 몫이라 여기고 7차 추모집회가 열리는 동안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영상으로 함께했다.

 

수업이 끝나고, 서울을 다녀온 후배 교사들을 찾아보았다. 후배들은 수시로 모이는 것 같았다. 9월 4일이 다가오는데,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을 했다. 의논할 주체가 없어서 "내가 모을까" 하니 좋다고 했다. 3시 반에 걱정되는 분들은 우리 교실에 오시라고 초대했는데 대부분이 모였다. 선배로서 미안하고 고마워 음료수를 대접했다. 막내 교사들이 심부름했다. 차 한 잔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육부의 겁박 속에 49재 집회 참가는 고민이 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우리가 진짜 동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차 한 잔 대접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 갈라치기가 시작되었다

교육부가 간담회를 하면서 한국교총과 교사노조연맹하고만 진행했다. 갈라치기가 시작되었다. 교육부 차관이란 자가 " '우리' 한국교총에서 제안해 주신 그런(49재 추모) 시간대를 저녁으로 옮기는 방식, 또 교사노조연맹에서 제안해 주시는 온라인을 활용한 방식으로도 교육 현장에 혼란을 끼치지 않고 고인에 대한 추모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교사노조는 아직 '우리'에 들지 못한 모양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어려움을 겪어보면, 시간이 지나가 보면 누가 편인지 구분이 된다. 이렇게 편 가르기를 하는 자리에 교총과 교사노조가 자리에 버젓이 참석한 것은, 이들 조직의 예견된 한계이다.

 

추모집회가 시작되면서 검은 점들이 된 교사들을 보는데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49재가 지나면 우리는 교육권 보호를 넘어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 교육역사에서 단 한 번도 이렇게 다수의 교사가 한마음이 되고, 이렇게 대규모로 행동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 교사들은 다 알고 있다. 누가 교사들 편인지

어제 회의 결정에 따라 교무부장이 교실을 돌면서 49재 참가자를 조사했다. 열 명이 동참하겠다고 한 모양이다. 부장 회의를 했지만 재량휴업일로 정하진 못했고, 어떻게든 보결 등 학사 운영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겁박이 담긴 교육부 공문을 공유했다. 학부모들 입장이 궁금하기도 하고, 또 의논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학부모들에게 고민을 안내했다.

 

오후에 최교진 교육감의 페북 글이 올라와 교사들에게 공유했다. 대구교육감에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으니 묻지도 않았다. “교육부가 교사들의 절규를 불법의 잣대로 재단하는 접근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교육의 문제를 교육 밖의 문제로 만들어가는 접근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 이런 상황과 관련해 시도교육감과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 발표하는 모습도 과거의 교육부 중심주의, 교육의 사법화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태도입니다.” 이게 교육감의 상식이고 정답 아닌가? 교사들이 다 알고 있다. 누가 교사들 편인지? 어느 교원단체가 교사들과 멀어져 가는지를. 윤석열 정부가 보수 진보로 갈라쳐서 어떤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 학생들이 "9월 4일 잘 다녀오라"고 한다

학부모들 입장이 궁금했지만 조용했다. 다시 물었다. 답이 없는 것은 모두 내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겠다. 그래도 주변 학부모들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하니 말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부분 지지를 표시했다. 필요하면 가정 체험학습을 하겠다고도 답해 주었다. 이렇게 부모들이 지지해 주면, 그동안 부모들과 소통과 합을 잘 맞추었구나 싶어서 힘이 난다. 학부모들의 입장을 아이들을 통해서도 듣지만 이렇게 직접 듣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많은 경우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계에 놓인 수많은 벽을 허물어뜨리지 못한 한계가 안타깝고 아쉽다. 늘 지지하는 학부모 다수가 있어서 든든하다. 

반 아이들이 9월 4일에 선생님들이 왜 학교에 오지 않는지 물었다. 과학 ‘식물의 생활’을 공부를 하고, 끄트머리에 ‘선생님의 생활’로 바꾸어 설명했다.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더니 모두 잘 다녀오라고 했다. 아침에 후배 부장과 이야기하면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해야 나이가 들어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리더십이 생기니 꼭 가라고 당부했다. 교과 시간에 교무실에 내려가서 교감과 차 마시면 49재와 현장 체험학습 노란 버스 문제에 대해 민주적이고 공동체성을 지키고, 아무도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는 학교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교사를 위해 움직일 사람은 오직 교사뿐입니다"

아침에 2년 차 교사가 전체 교사들에게 쪽지를 보냈다. “하루 위험을 감수하시겠습니까, 평생 위험을 감수하시겠습니까? 안녕하십니까? 감히 2년 차 교사가 선생님들께 말씀드립니다. ... 공교육 멈춤으로 여론이 돌아설까 두려우십니까? ... 그 누가 교사를 위해 집회에 나오고 청원에 동의하고 법안을 만들겠습니까? 교사를 위해 움직일 사람은 오직 교사뿐입니다. 그날 행동하지 않으면 평생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 학부모의 악성 민원의 위험을 감수하셔야 할 것입니다. 지금껏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부디 함께 행동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후에 2년 차 교사가 현장체험 버스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하러 왔다. 후배 교사들이 이렇게 용기를 낸다. 그동안 MZ세대와 소통하는 게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공감하고 함께 비를 맞겠다고 하니 후배들이 든든해졌다. 나도 교직 2년 차 때, 일기장 검사에 반대했다가 교감에게 불려 가 맞을 뻔했다. 이에 항의한 일이 나중에 징계 사유가 되었다. 부장인 선배들이 나를 해직시켜야 한다고 연대 서명도 했었다. 재판받을 때 이걸 보고 얼마나 슬프고 화났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그 선배들과는 인연을 딱 끊었다. 지금 MZ세대 교사들이 나처럼 해직교사가 될 일은 없겠지만, 이들이 지금 겪는 교육의 모순에 저항하는 힘은 이후 30여 년간 우리 교육을 이끌어 가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하니 한 편 울고 있지만 웃음이 나온다. 잘 견뎌 나가길 응원하고 지지한다.

 

#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

대구 49재 추모제가 공지되어 공유했다. 모여야 한다. 교사든 학부모든 민주시민이든 누구라도 모여서 같이 슬퍼하고 위로하고 힘을 나누어야 한다. 4개 종교 단체들이 "슬픔을 칼로 베지 마십시오. 선생님들의 호소를 짓밟지 마십시오.”라는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오후에 교무회의를 했다. 나는 전교조 해직교사가 될 때 겪었던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했다. 내가 딱 교직 2~3년 차 때, 전국교사협의회, 전교조가 결성되었다. 당시 정부가 얼마나 혹독했는지, 하지만 지금 후배 교사들이 나서고 있고, 여기에 대해 이 정부가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하겠다고 하지만 징계해 봤자 별일 없을 것이다. 학교장이 누구보다 교사들을 보호하겠지만, 혹시라도 이 정부가 지랄하게 되어 징계받게 될지 모르지만, 교원단체들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별말이 없었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인지 짐작은 한다. 학교장이 "같은 마음이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고, 월요일 상황에 맞추어 준비하겠다. 보결에도 들어가겠다"라고 했다. "단지 만약의 경우에 대해서는 각자 책임을 질 각오를 해 달라"고 했다. 직원협의회는 엄중하게 끝이 났다. 

도대체 누가 이 혼란을 만들고 있는가? 병가를 낼 후배들에게 저녁에 대구추모제에 오면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후배들은 참가 교사가 적어서 실망했지만 나는 89년에 비하면 엄청나다고 위로했다. 교직원 전체에게 월요일 검은 옷을 입고 출근하자는 쪽지를 보냈다. 모처럼 하늘은 파란데 어둠이 무겁게 교실을 휘감고 있다. 오늘에서야 프로필을 추모 리본으로 바꾸었다.

 

퇴근하지 못하고 교실에 앉아 학교를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며칠 전 후배들이 모였을 때, 출퇴근할 때 눈물이 날 때가 많다고 했는데, 나도 별수 없다. 박노해 시인의 시 ‘노동의 새벽’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도 어쩔 수 없지 ...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줏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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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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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 23/09/03 [10:30]
함께 합니다.
23/09/03 [20:41]
오늘도 천천히, 자세히 읽고 갑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희망 23/09/10 [06:17]
교육이 이렇게 되는 동안 선생님께서는 책임이없으십니까?  지난 몇십년동안 무차별적으로 교사의 권위와 부모의 권위를 해체하려고 몸부림치시면서 아이들 각각을 교실속의 왕으로 만들어놓고 그게 맞는길이라며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세뇌시켜온 선생님의 인생행보는 이 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차 한잔돌리면서 맘이진정되셨나요? 서이초 그 어린 교사가 우리 선배교사들의 그릇된 생각들로 인해 죽어갔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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