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갱신

전체기사

뉴스

띵동!교권

오피니언

참교육on

교사공감+

재미in

정책이슈

[서부원 칼럼]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하다

학교에서 행복해하는 교사가 급격히 줄고 있다.
내 아이에게만 매몰될 때, 학교는 괴물이 된다.

서부원 교사 l 기사입력 2023-12-07 [12:40]

뉴스듣기

가 -가 +

0

▲ 서부원 교사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불행한 교사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이 행복할 리 만무하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종일 부대끼다 보면, 교사의 감정 기복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염되기 마련이다. 그러하기에 교사는 ‘행복해야만 하는’ 직업이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행복을 꿈꾸지만, 교사에게 행복은 ‘소명’이다. 그 자체로 아이들의 행복을 이끄는 교육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아이들을 맞이하는 교사의 환한 얼굴은 어둑한 교실을 밝히고 훈훈하게 덥힌다. 그러면 아이들은 반가운 인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학교에서 행복해하는 교사가 급격히 줄어드는 느낌이다. 행복을 느끼기는커녕 아이들과의 만남이 두렵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만 간다. 크고 작은 사고들이 종일 끊이지 않아 뒤치다꺼리하는 게 주된 업무가 됐다고 푸념한다. 와중에 수업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오늘도 무사히”. 한 동료 교사가 출근하면서 되뇐다는 기도다. 얼마 전 아이들 사이의 학교폭력 사건에다 절도 사건까지 겹쳐 교과서를 펼쳐 볼 짬조차 없었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앞선 사건을 처리하는 도중에 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아수라장이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당최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교사가 이구동성 서로에게 건네는 하소연이다. ‘요즘 아이들 버릇없다’는 꾸지람이야 수천 년 전에도 기성세대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라고 하니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다만 요즘 교사들 사이에선 아이들의 되바라진 말과 행동을 학교에서 바루는 게 과연 가능한지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해 있다.

 

교사들은 당장 ‘가정 교육의 책임을 왜 학교 교육에 묻느냐’고 볼멘소리부터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대화 도중 무시로 튀어나오는 거친 욕설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다. 귀찮은 건 질색하고, 지각을 밥 먹듯이 하며, 조금만 불편해도 조퇴하겠다고 찾아오는 아이들을 학교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매일 점심시간에 교사들이 임장해 급식 지도를 하지만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버섯과 나물 같은 채소 반찬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입맛에 맞도록 바삭하게 튀겨낸 생선조차 대부분 버려진다. 어려서부터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달고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에 길들어진 탓이다. 그렇다고 학교 급식에 고기반찬만 올릴 순 없는 노릇이다.

 

요즘 아이들은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고 말한다. ‘잔반을 남기지 말자’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다. 매주 특정 요일을 ‘잔반통 없는 날’로 지정해 운영해 오다가 아동 학대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국 급식 지도는 유명무실해졌다.

 

교사가 내준 숙제에조차 아동 학대를 들먹이는 현실이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교육 행위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는 상황에서 교사는 스스로 위축되고 자기검열이 일상화된다. 교직 사회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책임도 질 일이 없다’는 인식의 확산은 그것이 낳은 결과다.

 

교사는 교육을 통해 미래세대 아이들이 올곧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교사의 헌신이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기는커녕 그들과 그들의 부모로부터 무시되고 조롱을 받게 된다면 더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교사의 자존감은 교육적 효능감에서 온다.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아이들과 교사의 책임을 거론하며 다짜고짜 자녀를 두둔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행태가 여전하다. 이 와중에 교육적 효능감 운운하는 게 남우세스럽긴 하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 이후 개정된 ‘교권 보호 4법’이 교사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데 보탬이 될진 몰라도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최근 들어 교사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에 폭력과 절도 사건 등을 전담하는 경찰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하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동정 여론이 비등하긴 하지만, 교육에서 지켜야 할 금도는 있는 법이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교육 문제를 걸핏하면 법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건 학교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짓이다.

 

지금 학교는 교과 교육과 돌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느라 버겁기만 하다. 나날이 짊어진 짐은 무거워지는데, 교사를 향한 비난과 조롱이 ‘국민 레저 스포츠’인 현실은 그대로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교사를 향해 손가락질해대는 건 자가당착이다.

 

요컨대, 교사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교육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부디 교단에 첫발을 내딛던 시절 품었던 교육적 소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열정을 북돋워 달라. 옆자리 짝꿍이 행복하지 않으면, 내 아이 또한 행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절실하다. 모두 내 아이에게만 매몰될 때, 학교는 괴물이 된다.

서부원 교사의 다른기사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텔레그램 URL복사
광고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URL 복사
x

홈앱추가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교육희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