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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글 발표] 교사라서 행복한 순간

'내가 교사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따뜻한 순간은 존재한다.

교육희망 l 기사입력 2023-12-0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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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긴 시간 축적되었던 교사들의 어려운 노동 상황이 학교 밖으로 분출되는 해였다. 뜨거웠던 광장을 뒤로 하고 돌아온 교실은 여전히 큰 변화가 없지만, 그래도 '내가 교사로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따뜻한 순간은 존재한다. <교육희망>이 공모를 통해 받은 '교사로서 행복한 순간' 대부분의 글에서 학생들과 연결된 관계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내용이 많았다. 실명 또는 익명으로 그 이야기를 담아 본다. 

 

자본과 경쟁으로 잿더미가 된 교실에서도 행복이

나는 올해도, 지금도 내가 교사로서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가 싶다. 나는 교대 다닐 때부터 학교를 그만둘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이다. 사실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나에게 교직은 안정적인 생계를 위해서 필요했던 공간이다. 시간적인 여유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곳이다. 그런데 올해 여름, 몇 번의 집회에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이미 자본과 경쟁으로 잿더미가 된 대한민국 교실에서 우리는 희망과 웃음을 찾기 위해 그래도 이야기를 한다.

 

교사로서 행복한 순간을 꼽자면 나는 그나마 학교에 있는 시간 중에서는 수업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수업하는 시간에는 행정업무는 안 해도 된다는 면피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어쩌면 바쁜 학기말 업무 속에 하나의 쉬는 시간이다. 어제도, 오늘도 못했던 학교 행정업무를 싸들고 집으로 간다. 극악한 일정 속에 아이들이 방과 후에 보드게임을 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저절로 웃게 된다.

 

나는 원래 교직에 사명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늘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교재연구도 적당히 하고 싶어서 벌써 같은 학년만 3년째다. 아무리 부족한 아이들이라도 사람이라면 그 속에 소통할 수 있는 구석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교육 시스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관료제 시스템 안에서 감시역할을 하는 전교조가 있기에 든든하다. 나는 오늘도 내일도 학교에 있는 동안은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 (익명 교사)

 

아이들 때문에 힘들지만 아이들 덕분에 살아간다

우리 학교 주변 동네에 엄마 아빠가 없는 학생들이 사는 기관이 있다. 유명한 스포츠인이 졸업한 곳인데, 아직도 그곳의 아이들은 거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간다. 나도 올해 이 학교를 처음 와서 이 기관에서 온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나보았다.

 

그중 한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선생님에게 관심을 많이 받기 바라는 학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온 학생인 걸 알고는 말도 더 조심히 예쁘게 하고 지나가다가 살짝 닿아 손이 차가우면 가지고 있던 핫팩을 주기도 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도 했다. 그러면서 한 학기를 보낸 후, 이 학생으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직접 주기도 민망한지 책상 위에 쪽지를 두고 갔다. 쪽지에는 ‘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오고 싶은 곳으로 변했다고, 선생님이 가장 좋다’는 내용이었다. 그 쪽지에 오히려 내가 더 벅찬 건 왜일까?

 

아이들 때문에 힘들지만 아이들 덕분에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는 교사이다. 이렇게 예쁜 아이들인데, 변함없이 초심으로 학생들을 보호하고 예뻐하는 마음을 평생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익명 교사)

 

교직 32년의 보람... 포토북, 펜팔편지, 학급문집

며칠 전 배송이 된 포토북을 학생들이 하교하고 난 뒤 교실에서 펼쳐드니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우리반 학생들과 오래오래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 되어줄 것이기에 그렇다. 학년체육대회 때 함께 응원하던 모습, 공개수업 때 조별로 활동하던 모습, 벚꽃이 핀 봄날 벚꽃을 배경으로 함께 사진 찍던 모습, 학생들 얼굴과 이름을 빨리 못 외우는 나 자신을 위해 찍은 학생들의 독사진, 과학실에서 실험수업하던 모습... 두고두고 기억이 날 장면들이다. 배송된 날 바로 학생들 편에 가정으로 보냈더니 학부모들도 정말 고맙다는 문자를 여러 통 보내주어 더 보람되었다.

 

명퇴를 앞두고 나의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니 몇 가지 더 보람 있는 일이 생각난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6~7년 정도 튀르키예와 루마니아 학생들과 나의 제자들을 펜팔이라는 이름으로 엮어줬었는데, 많게는 한 번에 100통 가까운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그 열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교직생활 32년을 통틀어 열여섯 권째 만들고 있는 학급문집도 빼놓을 수 없겠다. 초임시절인 1990년대 초반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요즘도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학급문집을 꺼내보곤 해요”라는 말을 들려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은 교직생활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리라 다짐해 본다. (김진수 교사)

 

 

 

자폐학생이 전해준 따뜻한 손톱깎기

특수학급 교사이다. 며칠 학교 가기에 몸도 마음도 지쳐 하루 병가를 내고 다음날 학교에 갔다. 힘든 마음에 손톱 깎을 기운도 없어 손톱이 길었다. 짧은 문장 정도로 대화가 가능한 자폐학생 한 명이 내 손톱을 보더니 "손톱 깎아야지~" 하길래 "샘이 힘들어서 손톱 못 깎았어"라고 답을 하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이 학생이 내 얼굴을 보자마자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러더니 "선생님 손톱 깎으세요~"하며 그것을 내민다. 손톱깎기였다! 녀석이 어제 집에 가서 내 생각을 하며 서랍을 뒤져 손톱깎기를 찾았을 모습이 그려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힘들었던 마음이 녀석의 위로로 따뜻해졌다. 나를 교사로 있게 하는 힘은 이런 순간순간들이다. (최은혜 교사)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행복감

내가 있는 중학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학급은 따로 나뉘어져 있다. 남학생, 그것도 중학교 2학년인 아이들이다 보니 남학생만 있는 반 수업은 여러모로 힘든 면이 많다. 며칠 전에도 우리반 수업을 하는데 중간중간 장난이 심한 아이들 몇으로 인해 목소리가 높아지고 수업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역할극 맡은 아이들 대사 연습을 가까스로 하고, 드디어 역할극 하는 시간! 다섯 명의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 장난만 칠 줄 아는 줄 알았더니 뮤지컬 <완득이>를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지켜보는 아이들과 나는 마음껏 웃고 박수치고 응원을 했다. 드물긴 하지만 아이들이 전해주는 이러한 짜릿한 선물이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힘을 준다. (익명 교사)

 

아이들 눈 속에 비친 나의 모습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시 읽기 수업을 했다.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즐거운 듯, 아이들은 열심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 구절을 쓰고, 왜 추천하고 싶은지를 쓰라고 했다. 노트를 걷어 와서 읽어보았다. 그중 한 학생이 내게 추천하고 싶은 시로 ‘슬픔의 우물(데이비드 화이트)’을 필사했다. 추천 이유는 “선생님이 마음이 약하고 여리신 것 같고, 이 시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철학적인 것을 좋아해서 시도 매우 좋아해요. 이 점이 선생님과도 비슷한 것 같아서 이 시를 골랐어요”라고 써 있었다.

 

슬픔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진짜 행복의 가치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내게 희망을 주는 시를 추천해 준 이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아름답구나! (이형미 교사)

 

 

의원면직까지 생각했지만 다시 교실에서 행복찾기

올해 학교를 옮기고 맞이한 학생들도 별다르지 않았다. 귀엽고 순진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서로가 익숙해지자 교실은 욕하고, 던지고, 싸우는 아수라장이었다. 내가 너무 허용적이었던 것일까, 내 속을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줘서일까, 업무에 치여서일까... 자책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던 때,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거리로 나가게 되었다. 그렇게 집회에 힘을 쏟고, 병원도 다니며, 학교 안팎의 모든 지원을 동원한 이후인 10월부터는 평화가 찾아왔다.

 

이거 하면 재밌겠다, 저거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도 다시 찾아왔다. 여름방학식날만 해도 개학날 과연 내가 이 교실에 있을까 생각했고, 의원면직도 염두에 둔 나였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바닥을 치고 솟구치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학교 밖에서의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동고동락했던 과거의 나를 그리워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커다란 전지에 공기알로 땅따먹기 놀이를 아이들과 한 나는 다시 생각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는 언제든 교실 안에서 다시 행복할 수 있다고! (익명 교사)

 

36년 9개월, 평교사의 삶을 정리하며

인생 두 번째 마무리 중! 정년 퇴임 D-24. 우리 교실 칠판 앞에는 이런 숫자가 붙어 있다. 이제 내년 2월 29일이면 36년 8개월의 평교사로 살았던 교직생활을 정리한다. 올해는 1학년때부터 가르친 4학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스승의 날에 내년이면 교직을 떠나야 하는 정년퇴직이라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써준 편지엔 "마지막 제자가 되어 영광이다", “선생님이 자랑스러워할 제자가 되겠다"는 글귀가 가장 많았다. 교사에게 기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교사가 되어 만난 제자가 힘든 제자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청해왔다.

 

90년! 나는 해직교사가 있던 학교로 전근을 가며 열심히 살고 계신 선배들을 보며 전교조에 가입했다. 동기부여가 되고 용기도 얻고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여전히, 아니 교육계는 더 힘들다. 제자에게 미안함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또 기쁨을 주는 아이들이 있고, 사랑을 줘야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이 올까봐 잠을 쉽게 들지 못하는 선생님들 힘냅시다! 새날을 기다리며! (손영미 교사)

 

올해 교사로서 행복했던 순간 세 장면

1. 학생들이 귀찮은 수행평가 단계를 묵묵히 따라, 한 편의 설명문을 제대로, 정확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며 스스로 대견해하고, 그 과정을 화내지 않고 끈기 있게 이끌어 주셔서 고맙다는 말까지 하는 학생들을 보았을 때였어요. 그렇게 자신의 앞뒤 모습을 두루 살피고 성찰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장면이거든요.

 

2. 수업 들어가는 어떤 반에서 담임샘이 올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는데, 연말에 의미 있는 학급 행사를 하고 싶다고 의논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아주 사소한 소수 의견까지 받아들이고 고심해 이벤트를 결정하더라구요. 그리고, 비밀 유지를 요청하는 한마디 한마디 말도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 참으로 학생들이 예쁘고 고마웠어요.

 

3. 집의 아이가 점차 자라서 청년이 되니, 부모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세상에 대하여 이런저런 논평을 하고 함께 나누는 일이 많아졌어요. 마음의 부담은 줄고, 흐뭇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시간과 잠을 쪼개어 달리며, 순간순간 기본과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 했던 작은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되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됩니다. (익명 교사)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 힘들지?”라고 물어주는 우리 학교

우리 학교는 부산형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이다. '초빙교사제'도 있지만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그냥 발령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데도 회의를 하고, ‘공동체 활동’이라는 이름의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회의와 수업 준비를 하고, 다같이 강당에 모여 레크리에이션 같은 것을 하는 게 어색했다. 첫 반년 정도는 "이 학교 왜 이래?"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한 해, 두 해가 지나며 나도 어느샌가 다행복이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교육경력 18년 차. 이전의 학교에서는 업무적으로 곤란한 일이 생겨도, 학부모 민원에 속상해도, 학생 지도로 걱정이 많아도 그건 모두 나 혼자의 몫이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 힘들지? 그랬구나. 저녁에 밥 같이 먹을래?”하며 업무, 학부모, 학생의 일을 제 일처럼 생각하며 함께한다. 앞으로 또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겠지만 어디서 이런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 저는 교사라서, 우리 학교가 다행복학교여서, 이런 멋진 선생님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익명 교사)

 

옛제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3년을 돌아본다.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2024년에는 좀더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올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지만 한동안 연락하지 못한 채 지냈던 제자들과 만났던 날은 매우 행복했다.

 

모든 게 서툴고 부족해서 우리 반 친구들의 삶을 아우르지 못했음에도 제자들은 그 해를 떠올리며 즐거웠다고 말해 주었다. 성인이 되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을 보며 더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였다. 제자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다들 잘 살고 있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속으로 되뇌며 앞으로의 삶 역시 반짝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익명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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