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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록] '괴물 부모',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괴물 부모의 탄생과 대응 방안'

오지연 기자 l 기사입력 2023-12-0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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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5일, 전교조 인천지부 참교육실천대회에서 강연하는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  © 오지연 기자

 

[편집자주] 전국교사집회에서 교사들의 소진과 교육현장의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던 정신과 전문의인 김현수 선생님이 <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을 펴냈다. 일본에서 2007년에 개념화된 몬스터 패어런츠(Monster Parents) 즉, ‘괴물 부모’ 현상의 배경은 무엇인지, 자료를 수집하고 교육전문가들과 토론한 내용을 이번 책에 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이초 사건과 4, 5년 전부터 학부모의 요구로 담임까지 교체되는 일 등이 벌어지고 있어 이번 책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희망>은 12월 5일, 전교조 인천지부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이 책과 관련한 김현수 선생님의 강연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괴물 부모'들 언행의 예와 그런 언행은 어떤 인식에서 나오는 걸까요?


내 아이를 앞줄에 앉혀주세요, 내 아이가 시험을 잘 못 쳤으면 시험을 다시 치세요, 내 아이가 사진의 주인공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여행을 다시 가주세요 등등. 설마 학부모가 정말 이럴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심각한 사례에 비하면 이 정도는 가볍다고 볼 수 있어요. 괴물 부모들은 내 아이는 항상 옳고 내 아이를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내 아이는 꼭 1등이 되어야 하고, 교사는 내 아이를 잘 돌봐야 하고, 내 아이가 뭔가 잘못했다면 그건 내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 탓이거나 학교 탓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학교라는 조직은 권력과 돈에 약하다고 생각하죠.

 


일본, 홍콩, 대만, 한국 등 아시아에서 괴물 부모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하셨는데, 그 배경이 뭘까요?


공통점은 다 공부로 경쟁시키는 사회예요. 가부장적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고요. 여기에 학벌과 성적의 영향이 줄어들지 않는 사회지요. 가혹해진 경쟁에서 양심을 버리는 행동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반사회성이 괴물 부모 현상과 맞물려 있어요.

 

괴물적 속성을 갖게 된 이유를 ‘생존 불안’에서 찾을 수 있죠. 한국의 경우, 괴물 부모라고 불리는 학부모 세대의 연령대가 1980년대생이 제일 많다고 해요. 학창 시절에 1997년 IMF를 겪고 직장에 들어갈 즈음에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당신이 어려울 때 사회가 도와줬느냐, 진짜 힘들 때 이 사회가 도움이 되느냐?’ 물었을 때 많은 엄마가 아니라고 대답을 해요.

 

또한, 괴물 부모 탄생 원인 중 하나는 저출생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를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이 사회가 도와주지 않는다 이런 항변을 하면서 자기 자녀를 더욱더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어요.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으로 ‘교육은 상품이다. 서비스로서의 공교육의 교육의 품질은 정말 꽝이다. 고객은 왕이다’ 이런 말을 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고요.

 


'괴물 부모'는 학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괴물 부모가 학교 분위기를 주도하면 그 자녀의 특권이 인정돼요. ‘쟤는 햇볕에 타면 안 되니까 선생님들이 알아서 그늘에 앉혀주는구나, 쟤가 1등하도록 조를 짜주는구나’ 이런 특권이나 반칙이 우리 사회에 힘을 발휘하는 퇴행현상이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일본에서 괴물 부모 현상이 나타난 이후로 ‘하류 사회’가 등장했다고 해요. 이는 굉장히 절망적인 사회를 말하는데 하류 사회의 핵심 개념은 젊은이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부모를 어떻게 만나느냐가 내 삶을 결정짓기 때문에 내 노력의 의미가 크지 않다면서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무기력해지고 은둔하고, 욕망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사토리 세대’가 등장했죠. 이런 현상이 괴물 부모 가정에서 많이 일어난다 해요.

 

우리 사회도 괴물 부모 현상이 사회적으로 고착되면 ‘하류 사회’가 되지 않을까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어요. 교육에서부터 삶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내 격차가 큰데요. 격차가 큰 사회에서 학생들은 무기력화돼요. 내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부모 탓이다. 왜 우리는 강남으로 이사 가지 않고 여기서 사느냐 이렇게 말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어요.

 

과거보다 훨씬 더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불평등을 조장하는 특권 행사가 더 넘치는데도 우리가 이것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회가 됐어요. 괴물 부모에 대해서 공동선이 유지되길 바라는 부모, 학생, 교사들이 모두 함께 대항해야 해요.

 


'괴물 부모'의 자녀들은 잘 성장할 것 같지 않습니다.


맞아요. 부모가 특별히 만들어주는 상황에서 과잉보호로 크고 1등 해야 한다, 경쟁에서 꼭 이겨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게 되는데요. 일본에서는 세 갈래로 얘기해요. 첫 번째가 ‘부모의 힘이 자기의 힘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주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와 함께 되죠. 영화에서 보면 ‘우리 아빠 뭐 하는 사람인 줄 알아?’ 이러면서 애들을 막 때리고 이렇게 부모와 동일시되는 자녀들이 있고요. 아이들 말을 빌려서 얘기하면 ‘걔네들도 괴물이에요. 엄청나게 잘난척하고 진짜 재수 없어요’, 두 번째가 부모한테 시달리면서 우울하고 불안해서 마약하고 의존적인 자녀들이에요. 세 번째가 ‘이 부모에게서 벗어나는 길이 살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기숙사 학교나 먼 대학을 다니면서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자녀들도 있대요.

 

일본에서 괴물 부모에게 시달리던 고1 학생이 자기 집에 방화했어요. 부모를 죽이기 위해서 방화했는데 그게 되지 않아서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어요. 또, 묻지마 범죄에 관련된 살인범을 잡았는데, 그 살인범이 ‘자기 부모가 괴물 부모다. 철자 한 자 틀릴 때마다 한 대씩 때렸다. 부모한테 왜 나를 못 살게 하냐고 그랬더니 이 사회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경쟁해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서 분노를 사회에 풀었다’고 한 사건도 있었어요.

 


이번에 <괴물 부모> 책을 내면서 어떤 바람을 갖고 계신가요?


제가 책을 내고 나서 충격받은 게 있는데요. 괴물 부모에 관해서 많이 알려지면서 그런 행동을 하지 말자 이렇게 의견이 모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요. ‘학부모와 교사한테 싸움 붙이는 거냐’라며 오해하는 분도 계시고, ‘나도 괴물 부모인가?’를 자문하고 있는 거예요.

 

일본도 괴물 부모가 사회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우리와 같아요. 2006년, 신규교사가 자살하면서 부모들이 자기를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유서로 남겨 큰 사회 여파를 미쳤는데요. 당시, 괴물 부모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본 학부모 단체들이 만든 구호가 ‘좋은 아이는 결코 자신만을 위하지도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또, 혼자 잘난 아이는 좋은 아이가 될 수 없고 내 자식만 최고가 되면 아이는 철저히 혼자가 된다’예요. 괴물 부모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것은 공동체의 학부모라는 자각으로 괴물 부모를 퇴치하자고 학부모 운동이 일본에서 크게 벌어졌어요.

 

‘교사와 학부모의 전선’이 아니라 ‘공동체 보호와 붕괴 사이의 전선이 그어져야 한다는 인식으로 일본이나 홍콩에서 양심적인 언론인들이 교양 프로그램에 괴물 부모를 다루고, 후지 TV에서 이 괴물 부모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만들어 괴물 부모 사례를 사회에 알렸어요. 알려야 줄어들어요.

 


연이은 교사들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 즉 '괴물 부모'가 있었어요.


학교 현장에서 괴물 부모를 대하는 교사들의 내면은 굉장히 고통스러워요. 알고 있는 지식대로 아이를 가르칠 수가 없고, 이런 부모들의 인식에 때로는 굴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죠. 일본이나 우리나 굉장히 안타까운 게 젊은 교사가 말도 안 되는 괴물 부모의 요청에 고민해서 교장에게 말했더니 “알아서 해! 부모가 하자는 대로 해”라는 답변을 듣죠. 도움받지 못하고 민원인에게 굴종할 때 교사의 양심은 파괴돼요. 제가 신규 5년 차 미만 교사 20명을 만나보았는데 ‘양심만 파괴되지 않고 존재가 무너진다’고 해요. 양심에 반하는 과도한 요구와 복종 과정에서 “내가 내 존재를 지킬 수가 없다”라고.

 

현재 대한민국 교사는 존재를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사의 노동 환경이 요즘 웬만한 다른 직장보다 썩 좋지 않더라고요. 정서 위기 행동 학생이 깨물고 달려들면 그 아이들을 다루다가 분리조치를 하고 바로 수업하는데요.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위기출동을 하거나 상담원이 위기상담을 하면, 이렇게 신체를 쓰는 과정에 연루된 노동자들은 전부 다 1시간 또는 2시간 쉬게 해줘요. 바로 노동하지 않도록 해요. 선생님들은 집에 와서야 상처를 소독하면서 이제 이게 다 교사의 훈장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위로를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소진이 굉장히 더 빨리 오지 않나 싶어요.

 

▲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  © 오지연 기자

 


학교공동체는 '괴물 부모'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괴물 부모들로부터 학교를 지키는 매뉴얼은 ‘교권 보호’ 매뉴얼이 아니라 일본처럼 ‘학급·학교 공동체를 보호하는 매뉴얼’이 필요해요. 지금 학교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새로운 협약이 필요해요. 민원인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수백 가지인데요. 병원에서는 민원을 의사에게 내도 상대는 고객 서비스팀이 해요. 왜냐면, 직원을 보호하고 직원이 민원으로 인해서 노동이 위축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민원 전문가가 해결해야지 개별 의사나 간호사가 대응하면 패소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학교는 교사를 보호할 생각은 현재까지도 크게 하지 않고 교사 개인이 책임지라고 하고 있어요. 집단과 만나는 괴물 부모는 힘이 없지만 한 명의 담임과 만나는 괴물 부모는 정말 힘이 세죠. 더군다나 그 괴물 부모는 변호사를 고용해요. 선생님은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한 것인데 그것이 넘치는 소송거리가 돼요. 이때, 교사들은 자기가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고요.

 

학교 현장 변화를 위해 7가지 제안을 드려요. 방과 후 전화, 민원 전화는 교사가 직접 받지 않고, 담당자가 받고, 욕설 전화는 바로 끊도록 하는 기본적 인권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의 책임과 한계에 대한 기본 계약이 학교마다 분명히 명시되고 민주적으로 공유되고 실천되었으면 좋겠다. 5년 이하 신규 교사에 대한 멘토링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면 좋겠다. 학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변호사, 노무사, 심리전문가 등이 모두 자문위원으로 배치되어 모든 교사들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생활교육위원회 등 학교 내 다양한 형태의 인력, 위원회 등을 통해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에 대한 지원, 협력을 위한 많은 유용한 체계가 작동되어 교사, 부모 모두가 도움을 받는 체제가 잘 운영되면 좋겠다. 실제로 학생들의 정서와 관계에 도움이 되는 사회정서학습이나 대안적인 수업이 마련되면 좋겠다. 경쟁이 아니라 다양한 협력에 기반한 학교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이 구체화되는 장치가 작동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7가지를 제안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은요.


선생님들이 권한과 권리가 있는 존재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세력들과 잘 대응해서 공동체가 더 활성화되길 바래요. 코로나 이후에 세계교육의 흐름은 ‘관계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AI가 등장하고 에듀테크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선생님들의 부담으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올 여름, 선생님들의 많은 수고와 노력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 전하고요. 한 해를 잘 보내는 애도의 시간을 갖고 새해에 공동체가 살아있는 학교로 만드는 데 애써주십사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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