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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 사실은...” 돌발발언에
외국대표들, "고맙다"며 소나기 박수

[현장] 세계교육포럼 ‘한국교육 전체회의’에서 돌발사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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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
기사입력 2015-05-20

 
▲ 20일 오후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정부는 한국교육발전을 자랑하는 전체회의를 열었다.     © 윤근혁
 
[문아영 대표 동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K1eCAJ3jLjM
 
‘한국의 교육발전’을 자랑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준비한 세계교육포럼의 전체회의에서 돌발사건이 터졌다. 한국 대표단 7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이번 행사에 공식 참여한 한 인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각 나라 장관 등 대표단들 가운데 상당수가 손뼉을 치며 응원을 하고 나선 것.
 
‘협력과 평등교육’ 강조한 황우여 장관, 그러나
 
세계교육포럼 두 번째 날인 20일 오후 4시 30분. 한국 정부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 메인홀에서 ‘개인과 국가 발전을 위한 역동적인 한국교육’이란 주제로 ‘한국교육 특별발표회’를 열었다. 한국 교육의 발전상을 이번 행사에 참석한 1500여 명의 외국 장·차관과 민간기구 전문가들에게 90분간에 걸쳐 소개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날 한국교육 전체회의에는 당초 정부 예상과 달리 행사 참가인원이 예상인원의 절반가량인 700여 명에 머물렀다.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선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이제 대한민국 교육은 새로운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경쟁보다는 협력,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래형 인재를 키우는 것이 (한국의) 교육비전이다.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을 보장함으로써 교육은 양극화를 극복하는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
 
외국 인사들은 이 같은 황 장관의 혁신교육론에 손뼉을 쳤다.
 
이어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교육을 통한 한강의 기적’ 등을 내세운 주제발표를 하기 위해서다.
 
백 원장은 20분간에 걸쳐 한국형 교육모델의 우수함에 대해 행사장이 울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발언했다.
 
“한국교육의 방향은 양질의 교육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은 체계적인 교육지원을 통해 평등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교육은 교육복지를 고등교육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백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정부가 돈을 대지 않아 생긴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태, 귀족형 고교 설립 문제, 통일교육을 위한 모임에 참여한 교사들을 무더기로 수사하는 문제 등과 상반된 것이었다.
 
백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청소년의 자살률, 세계 하위권 수준인 학생들의 행복지수 등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이어 제프리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 나선 이들은 키스 한센 세계은행 부총재 등 국내외 인사 6명이었다.  

질문권 신청한 한 여성에 외국 인사들은 왜 손뼉 쳤을까? 

돌발사건이 터진 것은 토론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질문을 시작한 시각인 이날 오후 6시쯤부터였다. 한 참석자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 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한 여성 참석자가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다. 이 때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이 여성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스와질랜드 교육부장관에게 질문권을 줬다.  

이어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이 여성 대신 또 다른 이에게 질문권을 주려고 했다. 결국 이 여성은 “여성에게도 발언권을 달라”고 말하면서 영어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어 동시통역은 끊긴 상태였다.

이 여성은 바로 이번 행사에 한국정부가 70명의 대표인사(장차관과 교육감 포함)로 뽑은 인물 가운데 한 명인 평화교육기구 ‘모모’의 문아영 대표였다. 

이날 문 대표는 질문을 통해 “토론자로 나온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한국에서는 가족들이 돈을 내서 대학을 보낸다고 말했는데,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빚을 내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15년 동안의 세계교육 목표를 잡는 회의에서 (잘못된 내용으로) 90분 동안 한국교육 칭찬일색인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즈음 마이크가 꺼졌다.  

그런데도 문 대표는 영어로 “빚을 내서 학비를 대고 학비를 갚느라 고생하는 청년세대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 얘기를 해야 균형을 갖추는 것 아니냐”면서 “토론자 6명과 질문자 2명 모두 중년 남성인데 왜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유네스코 행사에서 여성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느냐”고 차분하게 말하기도 했다. 
 


▲ 이날 문아영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외국 인사들이 문 대표를 만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 윤근혁

상황은 급반전됐다. 참석자 가운데 수백 명 가량이 일제히 문 대표를 향해 손뼉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외국대표 등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문 대표 주위로 몰려와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이런 시간이 행사가 끝난 뒤 30여 분간 더 이어졌다.  

외국대표들 중엔 문 대표를 얼싸 안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다음처럼 문 대표를 격려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을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
“명확히 발언한 것에 대해 축하한다.”
“세계교육포럼 행사 가운데 제일 흥분되는 발언이었다.” 

문아영 대표 “스스로 90분간 칭찬? 정말 촌스럽다” 

유네스코 관련 업무를 맡은 바 있는 문 대표는 “한국정부가 원하는 질문이 아닌 것 같으니 이를 눈치 챈 사회자가 질문을 막은 것 같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한국정부가 이 중요한 국제행사 시간에 90분간에 걸쳐 스스로의 교육에 대해 칭찬만 늘어놓은 것은 정말 촌스러운 일이다. 스스로 칭찬한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한국 학생들의 고통, 탈학교 문제, 교실 붕괴 등에 대해 한두 마디라도 하면 좀 나았을 텐데 이런 것을 숨긴 것 자체가 정말 수준 이하였다.” 

비슷한 시각 청소년단체 ‘아수나로’ 등의 교육시민단체들은 행사장 길섶에 ‘한국정부가 알려주지 않는 한국교육의 진실’이라는 거리전시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정부가 말하는 한국교육은 ‘뻥’”이라면서 ‘뻥튀기’를 외국 대표들에게 나눠줬다.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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