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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트라우마 겪는 아이들 기초학력향상도 평가 하라굽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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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경북 흥해초
기사입력 2017-12-12

 

"원래는 학교 공부하기 싫었는데 학교에 가고 싶어요. 우리 학교 쌤들 진짜 좋았는데…"

 

7일 간의 휴업 기간 중이었나 보다. 우리 학교 학생이 시사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한 내용이다. 평소에 가기 싫었던 학교, 너무 익숙해 사소하게 보였던 건물을 담장 너머 바라보고 있는 학생의 뒷모습이 안쓰러웠다.

 

지난 11월 20일 교육부는 포항 지진 피해로 특히 피해가 컸던 흥해초의 폐쇄를 결정했다. 재학생 420여 명은 인근 두 학교의 유휴교실로 분산배치 되었다. 수업이 재개된 11월 27일 이동 시간을 고려해 평소보다 20~30분 빨리 등교한 학생들은 오랜 만에 만난 선생님, 친구들과 반가움을 나누기도 전에 전세버스에 줄지어 올랐다. 안전펜스에 가려진 정든 교정을 보며 상실감에 빠진 학생들이나,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는 선생님 모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전해 온 학교 구성원들의 배려 속에 학생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아니 잘 적응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분산 배치 후 5일차 금요일. 현관문을 나서 마당에 발을 딛는 순간 '쿵' 하는 소리가 났다. 한동안 잠잠했던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학교에 도착해 미리 온 아이들이 탑승해 있는 버스에 오르니 한 학생이 1Km 남짓 떨어진 이웃 학교에 걸어가겠다고 한다. 여진의 공포로 밀폐된 버스를 타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비단 그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화장실을 거의 못가거나 보호자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밖에서 몇 시간동안 서 있는 아이, 작은 진동에도 불안해하는 아이 등 학생들은 집단적으로 트라우마를 토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1만 1000여 명의 정신 건강을 조사했는데 어린이는 네 명에 한 명꼴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고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트라우마를 겪는 비율이 높고 부상이 없더라도 이 같은 증상이 한 달은 이어진다고 한다. 학생들을 위해 강진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해소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실상은 학교 폐쇄, 분산 배치, 낯선 환경 적응이라는 복합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진 학생들을 보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하지만 지진 발생 후 교육지원청은 '위기 대응 상담 필요 학생 파악', '긴급 학용품 지원 대상 학생 파악', '대피소 수용 학생 파악' 등 실태 파악만 하고 있을 뿐 실제적인 지원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 건물의 안전 진단과 복구비 지원 여부에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학생들의 심리적 상처는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방과후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남겨 기초학력향상도 평가를 하라거나 방학을 줄여서라도 기준수업시수를 확보하라는 지침에 아연실색할 뿐이다.

 

아직도 우리학교 학생 42명은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해 부서진 건물이나 교과 수업시수 결손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과 자연 현상으로 일어난 일에 대한 끝간 데 없는 무력감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할 일은 학생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듬고 안정을 찾게 해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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