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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 개] 남들 다 읽는 이유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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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훈 · 경기 광동고
기사입력 2017-12-12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들을 보면, 사람들 마음이 짐작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단체로 할 때에는 당사자들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다. 바쁜 세상에서 사람들이 많이 사서 읽는 책들에는 사람들의 열망, 욕망이 담겨 있다. 춥고 긴 겨울에, 많이 읽히는 책을 보면서 사람들 마음을 짐작하고 내 안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청춘의 독서, 유시민

 

제일 먼저 소개할 책은 유시민이 쓴 <청춘의 독서>다. 유시민이 젊은 시절에 읽다가 가슴이 뜨거워진 책들을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는 모두 열네 작품이 소개되는데, 읽다 보면 가슴이 뜨끈해지는 게 있다. 특히 <유한계급론>을 쓴 소스타인 베를런을 이야기하면서, 이미 있는 자산으로 놀고먹는 계급(Leisure class)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무릎을 치게 된다. 놀고먹는 계급의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비싼 것을 소비한다는 분석에 누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2016년에 제이티비시가 서울 고등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알아봤더니 건물주와 임대업자가 2위가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파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보다 기존의 재산으로 돈을 불리는 양이 더 많음을 보고 학생들이 그렇게 된 것이다. <진보와 빈곤>을 쓴 헨리 조지는 바로 학생들이 부러워한 땅값 상승의 혜택을 파고든 사람이다. 그는 땅값이 올라서 얻게 된 불로소득을 깊게 분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평생을 애썼다. 빈민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선거에 나갔고, 그 과정에서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그를 설명하면서 유시민은 '타인을 일깨우는 영혼의 외침'이라고 소제목을 달았는데, 이 부분을 읽다 보면 가슴이 시큰해진다. 이렇게 살아간 사람이 내 앞에 있구나 싶어서다. 

 

소년이 온다』, 한강

 

두 번째 소개하는 책은 맨부커상으로 이제 동네 아이들도 이름을 아는 한강이 쓴 <소년이 온다>이다. 노벨상과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탔다고 해서 책이 많이 팔린 면도 있지만 이 책이 5.18 광주항쟁을 담은 책이라 눈길이 다시 간다. 

 

광주항쟁이 1980년에 일어났으니, 이제 36년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광주에 눈길을 주는 이유는 아직도 여전히 그 역사적 비극과 항쟁의 정신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 못해서이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30년 전인 1980년대에는 4.19를 학생과 교사의 상하관계가 무너진 일이라고 희롱하며 말하더니, 이제는 5.18을 다양한 방식으로 모욕을 한다.

 

사람들이 <소년이 온다>를 많이 본 데는, 모욕당해서는 안 되는 저항의 역사가 모욕당하는 상황에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나는 본다. 강한 자의 편을 드는 것이 습관이 된 일부 개신교회와 저항의 역사가 긍정적으로 기억되는 것이 싫은 일부 세력이 5.18에 대해 역사왜곡을 해왔는데, 거기에 부채감을 느낀 시민들이 이 책을 사 읽는 행위로 저항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본다. 2017년 한국은 영화 '박하사탕'처럼 가해자를 보고 너도 피해자야라고 할 시기가 아직은 아니다. 피해자가 잘못을 뒤집어쓰는 상황에서는 가해자를 보고 네가 잘못이라고 또렷하게 말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명견만리, KBS 다큐

 

세 번째로 소개할 책은 <명견만리>이다. 이 책은 케이비에스에서 만든 다큐인데,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설명한 내용이다. 과격하지 않고 급진적이지 않게, 조근조근 왜 한국이 변화에 대응하야 하는지를 잘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이때까지 성공해온 방법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 왜 학교가 바뀌고, 수업이 사회변화에 대응해야 하는지 납득하게 되는 책이다.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수업혁신을 준비하며 읽으면 무난하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책이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네 번째는 문장 다듬는 사람 김정선이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이다. 문장을 어떻게 써야 좋은지 참 알기 쉽게 써놓았다. 적당하게 내용을 잘 끊어서 설명해서, 지루하지 않고 딱딱하지 않다. 주변에 문장을 거칠게 쓰는 동료에게 권해주고 싶다.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문장'과 같은 소제목부터 눈길이 간다. 문장 다듬는 사람을 얕보지 마시라. 글이 내용만 좋으면 된다고? 그렇지 않다. 문장이 좋아야, 그 내용이 전달이 제대로 된다. 문장은 어느 정도 글 쓰는 사람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 문장을 다듬다 보면 생각이 어느 정도 맑아진다.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용마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책은 한때 해직기자였다가 복직이 된 이용마가 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이다. 문화방송에서 노조운동을 하다가 해직된 기자가 쓴 책이라 해직자가 나온 전교조 교사가 보기에 남 이야기 같지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을 기록한 영화 '공범자들'에 보면, 문화방송 노조 홍보국장으로 파업을 이끌다 해고가 된 기자 이용마가 나온다. 건장한 몸이었는데 암에 걸려서 몸이 마른 나무처럼 가냘파진 모습이 나온다. 그 아픈 몸,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드는 와중에서 그는 자신들이 왜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고 파업을 했는지, 그 당시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저항한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이제 문화방송은 파업이 성공해서, 해직되었던 최승호 피디가 돌아와 사장이 되고, 적폐를 과감히 청산하는 중이다. 

 

이 기록을 보며, 한국 언론이 얼마나 불의한 정권에게 압박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고 놀랐다. 그 내용은 상상 이상이다. 학교든 방송사든, 제 욕심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행동이 고급스럽지 않은가 보다.

방송 쪽은 이제 해직자가 복직이 되고 문제가 풀려 가는데, 교육계에서도 전교조 해직자들이 복직이 되기를 바란다. 교육계에서 김상곤 장관이 조금 더 속도를 내어, 사립학교의 신규 채용 비리라든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성과급이라든지 정원 제약으로 제구실을 못하는 교장공모제를 제대로 바로잡으면 좋겠다. 교육부 장관이 신중한 성격인 줄 알지만,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어서 처리해서 사람들 마음을 달래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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