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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치열한 삶, 차근차근 묘사

| 서 | 평 | 『윤이상 평전 : 거장의 귀환』(박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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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 · 클래식 칼럼니스트 / 한국PD연합회 정책위
기사입력 2017-12-12

 

 

윤이상(尹伊桑, 1917~1995) 탄생 100년인 2017년, 박선욱 시인의 노작 윤이상 평전 : 거장의 귀환(삼인)을 갖게 된 건 큰 기쁨이다. 시인은 어린이를 위한 윤이상, 끝없는 음악의 길, 청소년을 위한 윤이상, 세계현대음악의 거장에 이어 어른들을 위한 윤이상 전기를 펴냄으로써 한국이 낳은 이 위대한 작곡가의 삶을 알리는 오랜 장정을 마무리했다. 

 

윤이상은 독일에 머물던 1967년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고문 끝에 '동베를린 간첩단'으로 조작됐고, 조국의 통일과 민주주의에 모든 걸 바쳤지만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은 비운의 음악가다. 분단과 냉전, 군사독재의 기득권 체제가 그의 인간과 음악을 불온시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20세기 유럽 음악에 동양의 '주요음(Hauptton)' 기법을 도입, 노자의 철학과 같은 환상(幻想)의 세계를 그려서 '세계 5대 작곡가'로 꼽힌 자랑스런 분이지만 그의 음악은 일반인들이 다가서기엔 어렵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윤이상 음악에 대한 연구논문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많이 나왔고, 부인 이수자 여사의 내 남편 윤이상, 윤이상의 유럽 강연을 정리한 슈파러의 나의 길 나의 이상 나의 음악 등 훌륭한 1차 자료가 있지만, 일반인들의 길잡이가 되기엔 여전히 장벽이 높았다. 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전문적 음악 지식이 필요하다면 난감한 일 아닌가. 반대로, 그의 삶을 통해 그의 음악에 담긴 그의 호소와 몸부림을 읽어낼 수 있다면 현대음악의 높은 장벽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지 않겠는가.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위대한 작곡가들도 그들의 삶과 사랑과 고뇌를 알면 쉽게 들리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 책을 읽을 때면, 언급된 윤이상의 작품 - 예악, 낙양, 공후, 가락, 첼로 협주곡 등 - 을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들어야 온전한 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통영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이국땅 베를린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윤이상의 치열했던 삶을 곁에서 보듯 차근차근 묘사한다. 특히 윤이상이 통영에서 들은 새소리, 파도소리, 뱃고동소리, 어릴 적 추억 속의 무당굿, 중국음악, 오광대놀이, 연등행렬, 유랑극단, 심지어 개구리 울음소리까지 열거하며 이 모든 소리가 그의 음악에 녹아들어 있다고 설명한 '음악의 근원' 대목은 시인의 글답게 '절창'이라 할 만하다. 

 

윤이상 전문가 홍은미 선생의 도움을 받아 음악사의 맥락과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려고 최선을 다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읽기 편하도록 친절하게 쓰다 보니 엄밀한 '평전'이라기보다 소설 같다는 인상을 준다. 바흐, 모차르트, 쇼팽 등 전기 연구의 자료가 부족할 경우 부득이 소설 형식을 취한 선례가 있지만, 윤이상 선생도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후세의 연구자가 이 책을 기꺼이 참고하면서도 인용을 망설이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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