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어른들에게 요구하기도 지쳤다"

청소년 참정권·학생인권 보장 법률 필요

- 작게+ 크게

이은선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대표
기사입력 2018-03-21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면서 교사로부터 폭력, 성희롱,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을 학교가 방관하는 일도 경험하였다. 학생회장이 되었지만 학교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경기도, 광주, 서울, 전북에서 제정되어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눈길이 갔다. 저런 법이 있다면 내가 겪었던 것과 같은 문제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학생인권조례 요구안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서명지를 모아서 시의원을 찾아갔다. 시의원으로부터 처음에 들은 말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99% 불가능한 일이다"였다. 그 시의원은 아직 조례 제정을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회의적인 의견부터 내며 손사래를 쳤다. 

 

'너는 정치인들 총알받이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여러 학교의 학생인권 침해 사례를 모아 국회의원 보좌관, 국민신문고 등에 올리며 외부에서도 학교 안의 문제들을 알려나갔다. 내가 알린 문제들 때문에 우리 학교에 조사를 하러 오기도 했고, 학교의 인권침해 사례가 지역 신문 기사로 나오게 되었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교장 선생님은 내가 학교를 이 꼴로 만들었다며 "너는 지금 정치인들 총알받이다"라고 내 활동을 비하했다. 또 학교의 일들을 언급하면서 "이것도 인권침해냐? 아니지? 학교 일은 학교 내부에서 해결해야지"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나는 학교 내부에서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또 문제점을 외부에 알렸다는 것으로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19살 국회의원, 왜 안 돼

내가 겪은 청소년의 삶은, 나의 의견이 학교 안에서도 쉽게 묵살되고 학교 밖에서도 묵살되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법이나 학교 규칙으로도 청소년은 선거권도 없고 선거운동이나 정당가입 등의 정치활동이 제약당하고 있다. 학교 규칙에는 정치활동 시 퇴학까지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는 언어폭력이나 체벌 등의 폭력이 가해져도, 교육을 위한 것이라는 핑계를 대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청소년의 사생활도 신체의 자유도 존중하지 않는데, 청소년의 의견에 비중을 두고 생각할 리가 없다. 이처럼 청소년을 평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의 입은 막히고 청소년의 의견은 귀 기울여지지 않으며 청소년에게는 참정권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또 반대로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없기에 청소년의 여러 인권이 쉽게 침해당하고 있다. 청소년의 인권을 위한 법이나 제도를 잘 만들지 않으니까.

 

유럽 국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정당에 가입해 전문적으로 훈련받고 경험을 쌓은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는 일이 흔하다. 2014년 스웨덴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구스타프 프리돌핀은 32살의 나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 그는 11살에 스웨덴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19살에 국회의원이 되었으며, 32살에 교육부 장관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정치적 권리, 정당 활동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나는 청소년의 문제를 어른들에게 대신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지쳤고, 그렇게 해서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선거권 제한 연령이나 피선거권도 확 낮춰야 하고, 정치활동과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전국적으로 모든 청소년이 동등하게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이 제정되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률이 만들어져야 한다. 청소년이라고 자유가 뺏겨야 될 이유는 없다. 나는 학생이자 청소년이고, 그리고 시민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교육희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