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여름방학, 역사와 마주하는 평화여행

- 작게+ 크게

배성호 · 서울 삼양초
기사입력 2018-07-12

 

 

무더운 여름, 일상을 떠나 조금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산과 강 또는 바다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역사가 깃든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살피는 여행으로 조합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다

첫 번째로 강릉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강릉은 시원한 동해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사실 경포대를 비롯해 강릉에는 명소가 많지요. 그중에서 허균·허난설헌기념관을 추천합니다. 강릉하면 대개 오죽헌을 명소로 손꼽지만, 허난설헌과 허균 남매를 기린 이곳에서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변방의 창조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대에는 시대와의 불화로 환대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지금 이 시대, 허난설헌과 허균 두 남매가 걸어간 발걸음은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차별과 신분차별을 가로지르려 했던 시도는 과거만의 역사가 아닌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당면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관광지의 풍류가 아닌 고즈넉한 기념관에서 차분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면서 강릉에서 맞는 특별한 여정을 펼쳐 가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를 기리다

다음으로는 남도의 멋과 자랑을 담뿍 안은 빛고을 광주를 추천합니다. 무등산의 너른 품에 안겨 시대를 밝힌 광주의 역사와 새롭게 마주하는 여정입니다.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5·18민주화운동이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군부의 믿기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용감하게 저항하며 오히려 희망을 일궈갔던 그 날의 역사는 비단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역사는 바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꿈꾸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를 비춰주는 오래된 미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당시 기록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고, 5월 정신을 배우기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비롯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과 박기순의 합장묘와 수많은 민주 열사들이 묻혀 계신 국립 5·18민주묘지와 바로 곁에 있는 구묘역을 찾아 민주주의를 일궈간 수많은 사람의 넋을 기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떠올려보세요.

 

아름다운 풍광 뒤 숨은 아픔을 만나다

이번에는 낭만적인 제주로 떠나볼까요. 제주도는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데요. 올해부터 제주도에 도착하면 인상적인 인사말과 마주합니다. 바로 '평화의 섬, 제주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입니다. 사실 이 문구는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은 우리 현대사에서 또 하나의 아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주를 여행한다면 아름다운 풍광 뒤에 숨은 깊은 상처와 아픔을 보듬으면서 평화의 섬 제주를 다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제주 4·3평화공원에 위치한 제주 4·3평화기념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를 통해 평화의 섬,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일제·독재정권에 맞선 형형한 눈빛을 보다

끝으로 서울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공간을 추천합니다. 바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남영동 대공분실은 무섭고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공간입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하면 흔히 우리는 일제강점기 당시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대개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에만 사용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꿈에도 그리던 독립 이후에도 이곳 형무소에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키워가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갇혔습니다. 독립운동의 맥이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것이죠. 특히, 민족저항실Ⅱ실 방을 가득 채운 5천여 장의 독립운동가 수형표와 마주해보기를 권합니다. 형형한 눈빛으로 빛나는 독립운동가들과 생생히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여옥사를 통해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수많은 여성을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남영동 대공분실도 꼭 한번 찾아가 보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곳이 위치한 곳은 놀랍게도 바로 남영역 근처입니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친일 경찰에서 시작된 악랄한 고문이 독재정권에서 계속 이어졌죠. 남영동 대공분실은 여전히 아프고 힘든 공간입니다. 어둡고 음울한 검은 벽돌, 빛바랜 녹색 벽의 조사실, 붉은 타일의 박종철 조사실, 휘감아 돌아 공간 감각을 잃게 만드는 회전계단 등 모든 것이 불친절하고 반 상식적인 공간입니다. 안내문, 사진이 없어도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폭력 앞에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했는지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의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그곳에서, 박종철이라는 앳된 대학생이 사망했고 용기 있는 의사 오연상의 물고문 감정과 신문기자의 폭로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는 아직도 요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력의 공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하는 이곳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인권과 평화의 기록과 전시가 가득한 곳이 되길 바라며 이곳을 둘러보면 좋겠습니다.(변상철 시민과 더불어 상상하는 역사박물관, <대박상상 프로젝트> 79쪽, 역사교육 여름호(121호) 내용 참고)

 

평화 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은 분들은 페이스북에서 #대박상상을 검색해보세요. 학예사, 건축가, 교사, 시민활동가, 촬영 전문가가 뜻을 모아 박물관을 비롯해 우리 역사의 현장을 다채로운 시선으로 살피는 모임을 열어가고 있답니다. 전시 기획자나 저명한 사람의 설명대로 역사 공간이나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시선으로 역사 공간과 전시를 새롭게 살피는 모임입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일상을 살피는 그 자체가 바로 여행의 출발이 아닐까 싶습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면서 다름을 존중하고, 또 인권 감수성을 키워가는 여정으로 올여름을 시원하게 열어갈 평화 여행을 추천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Copyright ⓒ 교육희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