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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분석으로 배우는 페미니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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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미 · 경기 안산 시곡중
기사입력 2018-08-30

 

10대가 성장하는 학교와 교실에서 우리 사회는 거울 역할을 한다.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안에 아이들도 갑론을박하기 때문이다. 최근 페미니즘이 이슈화되며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성차별적인 문화가 여전하고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적 논쟁을 교실에서 논쟁하게 한다'는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에 입각해 페미니즘 수업을 진행해 봤다. 미디어 분석과 비판적 읽기를 통한 성 차별 문화요소를 찾아 얘기해보는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지식정보에 접근하고 수업내용을 구조화하는 일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수업은 참여도가 높아 수업을 진행하기에도 쉽다.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했다. 첫 번째 수행은 '미디어에서 성 차별적 요소를 찾고 이것이 왜 불편한가?'를 모둠별로 발표하는 것이다. 수행 전에 아이들에게 반드시 '그냥 알아서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드라마, 광고, 대중가요, 웹툰, 유튜브, 컴퓨터 게임,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야를 나누고 모둠별로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의 관심 분야뿐만 아니라 자신이 잘 알지 못하던 분야까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됨으로써 배움중심 수업과정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수행을 시작한 아이들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고 성을 이분법으로 나누며 여성을 비하하는지, 어떻게 가부장적 질서를 재생산하는가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대중매체에 의한 문화 재생산 구조가 현재 갈등상황에 있는 여성 혐오 문제를 강화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아가 미디어 분석을 통해 문화 재생산 구조를 비판적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만들어갔다. 다음은 모둠별로 학생들이 찾아낸 몇 가지 사례이다.

 

아이들은 KBS에서 방영하는 <너도 인간이니?>라는 드라마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첫 방송에 나온 폭행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첫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몰카를 찍는 장면을 발견한 남자 주인공이 화가 나서 여자 주인공의 얼굴을 다짜고짜 손으로 때린다. 이 드라마를 보고 아이들은 두 가지 의심을 품었다. 첫째,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드라마에서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을 넣었어야만 하는가? 둘째, 주인공 여성이 몰카를 찍다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다. 드라마의 의도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아이들은 "외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거나 남자친구가 애인을 폭행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영화나 드라마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폭력을 행사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며 또 그런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라고 얘기한다.

 

중1 남학생들이 매일 본다는 유튜버, 보겸을 보고 비판이 쏟아졌다. 처음엔 조회수 200만이  넘는 엄청난 힘을 과시하는 남학생들의 자랑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막상 교실에서 보자는 제안에는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소위 '보이루'가 그곳에서 만들어졌고 200만 조회 수를 채워주는 주 고객은 초등과 중1 정도의 남학생이었다. 매일 보는 이유는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여학생들은 보겸이 만드는 유튜브는 아무 내용도 없는 저질이라며, 어린 남학생들에게 성적 자극을 주는 발언이나 행동으로 유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재미있다는 이유로 매일 그 유튜브를 보는 소비자가 있다면 생산자는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동영상을 만들 것이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열면 광고창이 주르르 뜬다. 보통 아이들은 광고를 자연스럽게 스캔한다고 한다. 그런데 육아와 관련된 광고를 한번 보자. 아빠의 분량보다 엄마의 분량이 너무 많고 육아 꿀팁 같은 페이지에도 엄마와 아이만 있을 뿐 아빠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광고에 여전히 육아는 엄마의 몫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한 웹툰 만화 <노안숙>에서 주인공 노안숙은 이름부터 노안이라는 얼굴을 연상시킨다. 스스로 '누나는 너무 늙어서 맛이 없다'라는 말을 하도록 하는 작가의 의도를 문제 삼는다. 여성의 몸이나 얼굴을 두고 '맛이 있다, 없다'와 같이 음식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대우가 아니라 여성을 마치 음식처럼 골라 먹는 것과 같이 여기도록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노안숙>을 분석한 학생의 글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웹툰은 여성의 얼굴을 평가하고, 나이 서른을 기준으로 깎아내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여성 독자들은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 웹툰을 보고 '그래, 나이 서른이 넘은 여자는 여자도 아니야'라는 댓글이 주르르 달리는 걸 보면서 여자로서 수치스럽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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