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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비준 위한 7대 입법 과제

발등에 불 떨어진 문재인 정부, '선 법 개정, 후 비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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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기사입력 2018-10-11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라는 낙인은 지워질 것인가. 내년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총회를 앞두고 27년 동안 미뤄왔던 ILO 핵심협약 비준이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1년에 ILO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189개 협약에서 29개만 비준했다.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강제노동 폐지 협약은 여전히 비준 전이다. 핵심협약 비준 순위를 보면 ILO에 가입한 전체 191개 회원국 가운데 177위에 해당하는 낮은 성적이다. 그동안 정부가 몇 차례나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결과물이다.
 

1993년 세계경제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당시 정부는 8개의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2005년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한 약속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은 국제적 수준에서 매우 뒤처졌고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2016년에 세계노동권리지수를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로 분류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가 비준 추진을 약속한 핵심협약은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와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등이다.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사전 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를 내용으로 한다. 또한 '근로자 단체 및 사용자 단체는 행정당국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정지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협약을 비준하는 데 우리나라 여러 법과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내용으로 한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이 대표적 예다. 해직 교원·공무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에도 같은 내용이 존재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내몰았을 때도 이 법들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지난달 13일 ILO가 지속적으로 명시적으로 권고해 온 내용을 중심으로 △해고자·실업자·구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온전한 노조할 권리를 포함해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비정규직 노조할 권리 △실질적 심사 권한 및 반려제도를 폐지하는 노조설립 신고제도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 지급 자율교섭 △공익사업장 노조할 권리 보장 △손해배상·가압류 없는 파업권 보장을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7대 입법과제'로 내놨다. 협약 비준에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를 개정해 '비준의 길을 터주는 선행공정'을 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행정조치에도 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ILO,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에도 '전교조 법외노조 행정처분 취소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 걸 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진다.
 

ILO 핵심협약 비준의 방향을 '선 법 개정, 후 비준'으로 잡은 문재인 정부. 1년도 채 남지 않은 ILO 100주년 총회를 앞둔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하다. 10월 말로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선행 입법과제 발제와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의 입장에 국회 입법절차를 고려해 마무리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외면하고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비준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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