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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 문화,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을까?

| 인 | 터 | 뷰 | 놀이교육 전문가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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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기사입력 2018-10-11

 

 

저출산위는 '3시 의무하교'안을 지난 국회포럼에서 '더 놀이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갑자기 없던 놀이전문가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서 자신이 놀이전문가라고 떠들기 시작한 시대, '3시 의무하교'와 별개로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는 '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31년째 놀이교육을 하고 있는 이가 있다. 89년도 전교조 교사여서 해직당했을 때 사유 중 하나가 "놀이를 많이 가르치는 교사"였다. 복직 후,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충주의 작은 시골학교에서 실천한 놀이중심의 교육활동을 해온 이상호 교사다. 그는 '초등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실린 놀이를 분석해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논문과 '한국아동놀이의 지속과 변화'라는 논문을 썼다. 실천을 넘어 꾸준히 이론화작업을 해온 이상호 교사를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입모아서 '놀이교육전문가'라고 칭하는 연유다. 올초 명예퇴임한 이상호 교사에게 놀이와 교육에 대해 물었다.

 

놀이와 교육, 어떻게 만나야 할까?
 

지금과 같이 단절된 놀이 환경 속에서는 교육적 차원에서 일정 정도의 개입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든, 지역에서든, 마을에서든, 문화센터에서든, 누군가 개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일방적인 개입이 아니라 보고서 할 수 있을 정도의 개입이다. 중간놀이 할 때는 먼저 몇 가지의 다양한 놀이를 경험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이 놀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더 이상 부모들은 애들을 놀게 두지 않는다. 그런 현실에서 애들의 놀이 문화가 저절로 되살아나지 않는다. 놀이는 관계맺기가 중심이다. 인간대 인간끼리 부딪히면서 다투고 화해하고 서로 지원하고 협력한다. 70년대와 80년대에 고무줄놀이라든가 오징어 놀이를 보면 인간과 인간이 직접 연결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회, 문화, 경제, 놀이 환경이 이미 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시간만 늘린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놀이는 어떻게 가능할까?
 

마을에서는 우선 차가 없는 골목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정한 날에는 구역을 정해 차가 다니지 않게 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골목을 확보해 줘야 한다. 학교운동장은 현대 인간의 욕구에 맞게 잔디를 걷어내고 운동장 한 켠에 쌓아올린 흙더미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림 그리고 할 수 있는 놀이가 상당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장에서 그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것들을 교과서나 교육과정에 넣어서 애들이 "뭐하고 놀아요"가 아니고 "뭐하고 놀까"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확장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산위가 내놓은 정책에 대한 생각은?
 

이번 '더 놀이학교' 제안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저출산위에서 제안했다는 거 자체도 문제지만, 준비도 전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패러다임만 바꾸려고 하는 꼼수다. 그것도 일괄적으로 추진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놀이교육 차원에서 보자면, 학교와 마을이 아이들의 놀이 환경을 개선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예를 들자면, 점심 먹고 수업이 끝나면 어떤 애는 집에 가고 어떤 애는 친구들이랑 마을골목에서 뛰어 놀고, 어떤 애들은 운동장이나 교실 뒤편 곳곳에서, 어떤 애들은 도서관에서 앉아서 이 놀이 저 놀이할 수 있게끔 학교를 문화공간으로, 거대한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다. 학교와 마을안전지킴이가 있고 학교나 동네에서 차없는 거리를 확보해낸다면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다. 학교와 그 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를 놀이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저출산 고령화의 수단이 아니라 놀이 문화 활성화를 통한 어린이문화 회복으로 간다면 모두가 상생하지 않을까. 마을과 학교를 안전하게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 할 일이다. 당장 그 곳에서 노는 아이들이 몇 명 없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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