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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청렴’하니?

서울교대 집단 성희롱 관련 징계 촉구 기자회견 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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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기사입력 2019-06-19

서울의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업무포탈시스템(NEIS)에 접속하려고 컴퓨터를 켰다가 첫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에는 익히 알고 있는 동화 속 백설 공주가 등장한다. 백설공주는 거울을 보며 질문을 던진다.   

 

▲ 서울시교육청 업무포털시스템(NEIS)을 접속하면 로그인 하기 전에 열리는 화면     © 현장 교사 제공

 

거울아 거울아 누가 제일 청렴하니?”

거울은 답한다. ‘청렴은 서울교육!’이라고  

 

화면을 보며 밀려오는 이 불쾌감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일 청렴이라는 경쟁적 의미가 담긴 질문이 걸린다. 게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백설공주 캐릭터는 또 뭐란 말인가? 더군다나 동화 백설공주에서는 거울에게 묻는 주체는 마녀로 분해 백설공주를 해하는 왕비. 마법의 거울에게 주문을 외워 묻는 행위도 문제적인데 그 행위의 주체도 왕비가 아닌 백설 공주인 것이다.  

 

백설공주가 왜 문제적인가?

동화 속의 백설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착하다. 엄마(계모)인 왕비는 딸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하인에게 살인교사를 하지만 하인은 백설공주가 너무 예뻐 살려준다. 죽음을 면한 뒤 숲속에 살고 있던 일곱 난쟁이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던 백설공주는 어느 날 낯선 할머니가 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이웃 나라의 왕자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백설공주의 잠든 모습을 보고 반해 입맞춤을 하고 공주는 깨어난다.  

 

아파서 잠들어 있는 낯선 이에게 입맞춤을 한 것은 성폭력 범죄 행위다. 흔히 읽는 동화 백설공주는 대표적인 외모지상주의 잔혹 동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은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원작에서는 마녀이자 계모인 왕비가 친엄마로 나온다. 친엄마는 자신보다 예쁜 친딸을 질투해 죽이려 하고 우여곡절 끝에 이웃 나라 왕비가 된 백설공주에 의해 마녀로 몰린다. 그리고 친딸인 백설공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잔혹 동화 속 백설공주가 난데없이 학교 업무 컴퓨터 화면에 떡하니 등장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그것도 왕비가 주문을 외우면 뭐든지 답해주는 거울 앞에서 말이다.  

 

'제일 청렴'청렴도 최하위 등급 의식?

마법의 거울 앞에서 마녀인 왕비 대신 백설공주가 당당히 묻는다. “누가 제일 청렴하냐.

어린이들에게 외모 지상주의를 심어준 동화 속 백설공주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교사들의 청렴 경쟁을 부추긴다. 2018년 서울교육청 청렴도 전국 최하위 등급이라는 보도를 의식한 것은 아닐까?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5일 발표한 '2018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보고서 중 49쪽     © 보고서 갈무리

 

20181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61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청렴도 측정결과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가장 낮은 5등급을 기록했다.

 

로그인 화면에 불쾌감을 드러낸 교사들은 경쟁이 아닌 혁신 교육을 말하는 서울시교육청이 청렴도 경쟁을 부추기는 화면을 띄운 것은 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지금 이 시기 백설 공주의 등장으로 성인지 감수성은 서울시교육청부터 길러야 한다는 비판 역시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48쪽에 달하는 서울시교육청 2019 주요 업무계획을 보면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성인지 관점의 성폭력 예방교육등이 포함되어 있다. 백설공주 화면은 아직도 서울교육 정책에서 성평등 조직문화와 성인지 관점은 먼 나라 이야기라는 걸 방증한다.  

▲ 서울시교육청 2019주요업무계획 자료집 76쪽에 나온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 서울시교육청 2019주요업무계획 자료집 77쪽에 나온 '성평등 조직문화 확산 등' 

 

▲ 서울시교육청 2019주요업무계획 자료집 86쪽에 나온 스쿨미투 관련 대책

 

지난 17일 현장 교사, 학부모, 서울교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대 SNS 성희롱 사건에 대한 적극 대처를 주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오늘 NEIS 로그인 화면을 보았느냐고 서로에게 물으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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