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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못 보게 되어 많이 슬퍼요”

[현장] 권종현 교사 해임한 우천학원 규탄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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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정
기사입력 2019-10-17

 

사립학교 내부비리 고발과 자사고 반대 등을 이유로 권종현 교사에게 해임을 통보한 학교법인 우천학원(우신중고등학교) 규탄 결의대회가 지난 16일 오후 우신중학교 정문 앞에서 열렸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 등 110여 명이 참여했다. 권종현 교사는 이 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한 뒤 함께했다.

 

▲ 16일 저녁 5시 30분 우천학원의 권종현 교사에 대한 부당징계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 김상정

 

 참가자 중 유독 학생 세 명이 눈에 띄었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학생들은 권종현 교사를 찾아갔다. 학생들의 참석을 몰랐던 권 교사는 어둠을 뚫고 들려 오는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에 처음에는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함박웃음 가득한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우신중학교 3학년 재학생들이었다. 학생들에게 왜 이곳에 왔는지 물었다.

 

 선생님 징계를 막기 위해 9월 집회에 왔던 한 학생이 친구들에게 이번 집회에 함께 가자고 제안해 세 친구가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1학년 때부터 권 교사에게 수업을 받았고 1학년 당시 권종현 교사의 담임반 학생이었던 이도 있었다. 세 학생은 3학년이 된 올해에도 권 교사에게 사회를 배웠다.

 

학생들은 권종현 교사가 왜 징계를 당했는지 그 과정과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의 해임 소식을 들었을 때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못 보게 되어 많이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권종현 선생님의 해임은 우리들의 학습권 침해이기도 하다. 빠른 시일 내에 선생님이 학교에 돌아오시고 수업 시간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친구들도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해요. 저희가 선생님을 아니까 너무 안타까워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대부분이 그래요. 선생님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라는 학생들의 분위기도 전했다.  

 

  결의대회에서는 권종현 교사의 해임 건을 중심으로 청산해야 할 교육 적폐의 중심에 있는 대한민국 사립학교의 현실을 꼬집는 말이 이어졌다. 조연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장의 대회사가 그 포문을 열었다.

 

▲ 우천학원 규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 김상정 기자

 

조연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재단 측이 작성한 징계 관련 문건은 권종현 교사가 너무나 훌륭한 교사라는 것에 대한 기록물이었다. 공익 제보한 교사를 해임하거나 훌륭한 교사를 강제로 학교에서 내보내는 재단은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아야 한다. 권종현 선생님을 학교로 보내고 사립학교가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 고 힘주어 말했다.  

 

안병순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대표는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것은 공동체와 연결되는 문제다. 권종현 선생님의 해임을 지역 문제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우신중·고 졸업생이기도 한 서재민 전교조 서울지부 남부지회 사무국장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겨내야 하는, 일상의 적폐를 없애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투쟁의 의미를 전했다.  

 

인근에 위치한 서울 성공회대의 이지상 교수는 우신중학교에서 정의라는 말을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권종현 선생님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권 선생님에게 비 그치는 날이 오는 순간까지 저희는 그 비를 함께 맞겠다.”는 말로 연대 입장을 밝혔다.

 

정우훈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강서남부지회 부지회장은 해임의 가장 큰 이유는 자사고 반대 일 것이다. 우리 모두 외쳐야 할 것을 이야기한 권종현 선생님이 징계를 받았고 이는 우리 모두가 징계를 받은 것과 같다. 이 싸움은 권 선생님 개인의 싸움이 아닌 모든 사립학교 교사의 싸움이다.”라는 말로 투쟁 발언을 이어갔다.  

 

해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작년 (학교 앞) 1인 시위 불씨를 지폈던 징검다리 교육공동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교육기본법 제 2조에는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권 선생님이 해임된 이유는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씨를 뿌리고 몸소 민주주의를 실천하려고 했던 것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가르친 대로 사는 거다. 권종현 교사야말로 교육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민주시민교육을 삶 그 자체로 실천하면서 아이들에게 가장 살아있는 교육을 하려고 했던 교사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천학원이 내놓은 징계 사유 문서에는 권종현 교사가 지난해 시민들의 학교 앞 1인 시위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강민정 상임이사는 나아가 이건 우천학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2, 3의 우천학원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무소불위 권력을 학교 안에서 휘두르고 있는 사립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교육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검찰개혁만큼이나 교육개혁도 필요하고 교육개혁 중에서도 사립학교 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 모든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의 인사독점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투쟁도 함께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자사고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자사고는 특권학교의 상징이 되었고 특권학교를 없애자는 것이 촛불의 명령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가는 그 가운데 권종현 교사의 노력이 있었다. 자기가 발 딛고 있는 학교를 비판하거나 학교의 모순을 바깥에 알리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기꺼이 해오셨고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함께 힘 모아서 하루빨리 학교로 돌려보내자.”고 밝혔다.  

 

▲ 권종현 교사는 집회 참가자들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편지글을 읽었다.     © 김상정 기자

 

 마치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사회자는 당사자 소환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말했고 집회 참가자들이 함께 권종현을 학교로!”라고 외치자 우신중학교 정문 앞 가로등 조명 아래로 권종현 교사가 나왔다. 권종현 교사가 미리 준비해 온 편지글을 읽는 것으로 집회는 마무리됐다.

 

다음은 권종현 교사가 읽은 편지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품위를 지키지 못했고 복종하지 못했던 교사, 권종현입니다.

걱정한대로 너무 많은 분들게서 서울의 변방, 이 곳 구석진 곳까지 찾아오셨습니다. 징계위 출석을 앞둔, 지난 비오던 날 집회도 그렇고, 10월의 어느 멋진 날인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각자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여기까지 찾아오시게 만드는 일이, 마음 편한 일일 수는 없습니다.

 

막상 해임을 당하고 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기억들이 머리 속을 채웁니다. 지난 24년의 일들이 매일 긴 꿈처럼 펼쳐집니다. 웃기고 감동적인 장면도 떠오르지만, 부끄럽고 후회스런 일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왜 학생을 좀 더 품어주지 못했나, 왜 그렇게 모질었던가, 왜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나, 동료 교사들에게 왜 그토록 뻣뻣했나, 뭐 그리 잘났다고 위선을 떨었었나.

 

어쩌다 보니 학교 밖 교사가 되어 있습니다. 24년 동안 내 집보다 친숙했던 멋진 우신중고등학교 교정은 더 이상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아닙니다. 징계사유서를 받은 날부터 한 달 동안 7Kg을 감량했습니다. 운동을 시작했고 허리띠를 줄였습니다. 몸의 군살과 마음 속의 허위를 함께 걷어내고 싶었습니다.

 

딱히 정의로운 행동을 한 것도 없고, 특별히 큰일을 한 적도 없습니다. 때로는 타협하고, 가끔은 회피하고, 적당히 정의로운 척하며 성실하고, 그러면서도 제 몫 챙기는 것은 크게 소홀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저 자존심 꺾지 않고 가급적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 만큼 행동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해임을 당하고 보니, 많은 분들이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해 주십니다. 실제보다 미화되어 나오는 각종 성명서와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세상에 큰 빚을 지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멀리서 달려오신, 여러분들의 눈빛과 격려의 말씀 하나하나는 사립학교를 개혁하여, 보다 공정한 교육, 정의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자는 다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에 앞장서서 더 매진하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이해합니다.

 

그 첫걸음은 이 싸움에서 제가 승리하는 것입니다. 오늘 소청심사위원회에 청구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각종 메시지와 댓글로 걱정하고 응원하는 학생들과, 여러분들 앞에서 다짐합니다. 꼭 이겨서 복직하겠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함께 밥먹으러 가자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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