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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학교가 방역의 최전선입니까?

우리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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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림 · 서울노원초등학교장
기사입력 2020-05-13

 

 

                                                                                                                    © 오토리

  

- 5월 11일 오전

 

열화상 카메라 앞에서 출근하던 선생님들 몇 분이 대화를 하고 있다. 체온계에서는 정상체온으로 나오는데, 열화상 카메라는 4~5도가 낮게 나온다며 경보음을 울릴 온도를 몇 도로 맞춰야 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다. 대충 현관의 기온을 반영해서 낮게 맞춰 두기로 했지만, 낮에 기온이 오르면 설정 온도를 다시 맞춰야 한다. 며칠째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긴급돌봄 아이들이 20명이다. 교문에서 보안관님이 체온을 재고 들여보내면, 교무실에서 다시 한번 체온을 재고 출석을 확인한다. 오전 두 시간은 컴퓨터실과 돌봄교실에서 원격수업을 한다. 느린 학습지원 강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 시간은 스포츠강사와 체육관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에는 두 교실로 나누어 돌봄전담사가 돌보고 있다. 긴급돌봄 아이들은 대부분 저학년이지만 3학년과 4학년도 너덧이나 된다.

 

선생님들은 저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화상 대면 조회를 하고, 수업을 플랫폼에 올리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 질문에 답하랴, 과제 점검하랴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눈이 짓무른다고 하소연이다. 오후에는 동 학년이 만나 원격수업 준비와 학습꾸러미를 상의할 것이다.

 

- 5월 11일 점심 시간

식당에는 거리를 두고 앉도록 자리 표시를 해 두었다. 지금은 조리 실무사들이 배식까지 하고 있지만, 등교 이후에는 누가 배식을 할지 고민이다. 배식 방향을 한 쪽으로 통일하고,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해야만 배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밥을 먹으며 대화하지 말도록 지도는 하고 있으나, 서로 말을 주고 받아 급식실이 시끄러웠다. 밥을 먹다가 마스크를 다시 쓰고는 밥을 먹을 때는 서로 대화하면 안 됩니다. 급식실에서는 서로 말을 하거나 소란스러우면 안 됩니다. 아시겠지요?” 하니 "네"라고 크게 대답한다.

급식실에서는 선생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하면 안 됩니다. 말하지 말고 맛있게 점심 드세요.” 하고는 수시로 돌아보며 말하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입술에 손가락을 대야 했다.

 

                                                                                                                   © 오토리

 

 

 

- 5월 11일 오후

일이 생겼습니다.”

교감 선생님이 교장실로 들어왔다.

교직원 한 사람이 이태원에 있었다는 거다. 지난 연휴에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고, 카페에 갔더란다. 다행히 클럽에 간 것은 아니라지만 새벽까지 상당한 시간을 감염 발생 지역에 머무른 것이다. 모의훈련 시나리오에 들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와 교육청 매뉴얼을 샅샅이 뒤져보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당사자는 교실에 대기하라 하고, 보건 선생님이 보건소에 검사를 문의했으나 오늘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 학교를 폐쇄해야 할지 모르니 당장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다그쳐서 오후 5시에 겨우 검사를 예약했다.

 

당사자에게 알리고 보건소까지 반드시 걸어서 이동하라는 당부를 했다. 당장 오늘 저녁에 학교 소독을 의뢰했다. 내일 하루 동안, 최소 인원(교장과 교감, 행정실장과 보건교사, 보안관)을 제외하고 모든 교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기로 결정하고 당사자 신상정보는 철저히 보호하도록 주의해 주십사하는 당부와 함께 복무상신을 안내했다. 긴급돌봄 아이들은 보호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가정에서 돌봄이 가능한지 물었다. 모두 집에서 돌보겠다 하니 이 또한 다행이다.

 

수업 준비로 교사 세 사람이 밀접접촉한 상황이라 이 분들이 얻은 두려움이 또한 작지 않았다. 그 중 한 사람이 병조퇴를 하였고, 또 다른 이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장기간 병원을 드나드는지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긴급돌봄 아이들과 화장실을 같이 쓰고, 마주 보는 교실을 쓰고 있으니 이래저래 당황스러웠다.

 

- 5월 11일 늦은 오후

퇴근 시간이 가까워서야 자리에 앉으니 내일 지구장학회를 우리 학교에서 주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둘러 간사 학교장께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이미 보낸 공문을 수정해서 다시 보내야 하고, 주관학교를 변경하려 다른 학교 교장님과 상의하는 노고는 간사 학교장에게 돌아갔다. 퇴근하며 문을 잠그고 생각하니 열쇠를 안에 두고 나왔다. 아침에 행정실에서 열어줘야 하게 생겼다.

 

-5월 11일 밤

이웃 교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학교와 같은 상황인데 보건소에서 검사를 안해준다며, 어떻게 검사가 가능했느냐 물으신다. 밤도 늦었으니 어쩌겠냐시며 비껴가기만을 빌어야 하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5월 12일 아침

출근 서명부에 달랑 다섯 칸만 서명한 걸 보니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웠다. 교무실에서 교감님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교직원의 코로나19 검사는 다행히도 음성으로 나왔단다. 교감님과 보건 선생님에게 수고 많으셨다 메시지를 보냈다.

 

2020학년도 학교교육계획은 완성한 것도 안 한 것도 아닌 상태이다. 교육과정 부장에게 한아름 스트레스로 남아 있고, 학사일정은 몇 번이나 다시 짰다가 온라인 개학으로 일단 가닥은 잡아 원격 학습으로 수업일수와 시수를 확정했다. 하지만 학생자치회 구성이나 동아리 활동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4월 현장체험학습은 포기하고 넘겼으나 6월 계획한 현장학습은 어찌하겠는지. 혁신미래학교 사업은 학교공간혁신과 맞물려 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고, 학습 플랫폼을 실험하고 초등학교에 적절한 것을 선정하고 앞장서 원격수업을 해 보려던 게 올해 계획이었는데, 온 세상이 한꺼번에 강제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원격수업을 하고 있으니 새로운 과제를 설정해야 하는 꼴이 되었다.

 

                                                                                                                          © 오토리

 

 

 

 문득, “이제 학교가 방역의 최전선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으시던 대통령이 떠오르며 과연 우리가 최전선인가 생각했다.

 

학교가 최전선이라는 한 마디 말이면 되는 일일까? 전쟁의 최전선에는 각종 무기와 군대가 있을 것이고 부족하지 않게 물자 보급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역의 최전선이라는 학교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물론 그런 각오로 방역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인 줄은 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누가 어떻게 방역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마스크 몇 장, 손 소독제를 주고, 교실에 체온계와 손 소독제를 두고, 학교에 열화상 카메라 한 대와 보건교사 한 사람이 있고.

 

등교하면 교실마다 아이들은 있을 테고, 수업하는 교사가 있을 거다. 쉬는 시간마다 출입문 손잡이와 책상은 누가 소독하는 걸까? 분무기로 소독액을 뿌리면 되는 걸까? 소독용 물티슈는 안전할까? ‘방역은 무엇이고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학교장이 매뉴얼을 독파하면 방역을 지휘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은 매뉴얼을 보고 무엇을 해야 할까? 한 층에 수도꼭지 여섯개로 아이들이 손을 열심히 씻으려면 어떤 묘안을 내야 할까? 마주하고 놀지 않도록 쉬는 시간을 없애고, 화장실도 시차를 두고 보내야겠지? 앞뒤 사람 간에 2거리를 두고 줄을 세워야겠지? 복도와 교실에 2m마다 표시를 해야 하겠지? 창문을 열고 냉방을 하는 게 맞는 말이긴 한가? 교실에 있는 놀이 교구나 학급문고를 만지지 않고 생활이 가능할까? 때때로 아이들 발열 점검하고, 점심시간에도 서로 가까이 있지 않도록 지켜봐야겠지? 선생님은 수업을 해야 할까, 방역을 해야 할까?

 

아무래도 힘 있는 분들께 부탁하고 싶다. '학교는 방역의 최전선'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어떤 면에서도 학교는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다. 학교는 방역을 책임질 수가 없다. 아이들이 등교해서 안전한 학교는 어떠해야 할지 좀 더 자세히 그려봐 달라고. 교육부가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하듯이, 교육청이 나서서 학교에 방역전문가를 연계하여 학교를 제발 안전하게 해 달라고.아이들을 학교로 보낼 것이 아니라, 부모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2020512

코로나19로 전 교직원이 재택근무하는 날, 교장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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