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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부르며 수업해 볼까요?”

인터뷰/ 학교로 돌아가는 변성호 전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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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란 기자
기사입력 2020-09-29

 

▲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된 해직교사 복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변성호 교사 ©손균자 기자 

 

 

분회, 지회 선생님들이 영어 선생이라 소개하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라. 나도 모르게 2015EI 총회에서 영어 연설도 했다는 부연설명을 하게 된다.”

 

전 전교조 위원장. 법외노조 해직교사에서 서울 영파여중으로 돌아가는 변성호 교사를 지난 23일 만났다. 대중 앞에서 늘 거침없던 그가 동료 교사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머쓱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웃었다.

 

법외노조 취소로 해직교사 34명의 원직 복직이 결정되자 가장 먼저 그를 단체 카톡방에 초대한 영파여중 분회원들은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7명 분회 선생님들은 꽃다발과 도종환 시인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함께 필사한 편지지를 건넸다. 정성스레 쓴 글귀 중 오랜 해직 생활을 마치고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서른네 명의 해직교사를 생각하며한 문장이 가슴에 박혔다

 

▲ ▲ 인터뷰를 하며 밝게 웃는 변성호 교사 © 김상정 기자     ©

 

2009~10년 전교조 서울지부장에서 시작해 시국선언으로 해직, 2013~14년 전교조 사무처장, 2015~16년 전교조 위원장에서 법외노조 해직교사로. 12년 남짓한 시간을 학교 밖에서 보냈다. 원직 복직 소식과 동시에 지회, 분회 선생님들을 만났다. 축하 인사와 함께 따라오는 질문은 선생님 잘하실 수 있겠지요?’ 였다.

 

오랜 기간 삭발, 농성 이미지만 봐서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랑 꽤 잘 지냈다. 기타를 치며 에델바이스, 도레미 송도 함께 불렀다.”는 그에게 돌아온 것은 우선 BTS를 공부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조심스러운 한 마디였다. 수업시간에 요즘 핫한 BTS다이너마이트를 함께 부를 계획도 세웠다. 교사들은 코로나19로 변한 학교, 온라인 수업에 적응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그에게 같이 준비하면 어렵지 않다.”, “결론은 정성이다. 아이들과 공감하고 함께하면 기술적인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북돋아 주었다.

 

지난 21. 13년 만의 출근길은 학교로 돌아간다는 설렘보다는 법외노조로 인해 전교조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 국가 폭력에 대한 분노,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회한 등이 뒤섞여 자못 비장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던 학교의 첫 등교일과 맞물린 그의 출근일. 분주함 속에서 따뜻하게 맞아준 교사들과 이제 교장·교감이 된 후배 교사를 보며 익숙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아이들, 칸막이를 세운 급식실에서 지그재그로 앉아 분회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제 정말 학교에 왔구나를 실감했다. 교직 생활을 학교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기쁨도. 

 

 당시 위원장으로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 채 해직을 결단해야 했다. 함께한 동지들과 승리를 말할 수 있어 기쁘다.”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전교조 법적 지위 회복-해직교사 원직 복직 기자회견에서 변성호 교사는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 하나를 툭 던져놓았다. 법외노조 통보 이후 해직을 각오했지만 하필이면그 시기는 그가 위원장으로 조직의 맨 앞에 선 바로 그때였다. 해직교사의 원직 복직이 더 고맙고 기쁜 이유다. 

 

2008년 규약시정 명령을 시작으로 2013노조 아님통보까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국정원과 청와대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국정농단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까지 이후 전교조 죽이기의 전말이 드러났다. 

 

가시밭길을 걸으며 원칙을 지키는 투쟁을 이어온 전교조가, 조합원들이 자랑스럽다.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회복되어 20161월 이전으로 돌아갔지만 5년 세월을 돌릴 수는 없기에 국가는 사과와 배상을 통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이 시기 전교조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준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학교에서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고민하겠다고 했다. 

 

정년인 20222월까지 1년 남짓의 시간이 남았다. 환갑을 훌쩍 넘어섰고 아이는 장성했다. 내 아이를 키우며 더욱 공감했던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서도 멀어진듯해 조급하기도 하다환갑을 넘어선 할배샘과 중학생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고민도 크다. 요즘 거리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더 유심히 보게 되는 이유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괜찮은 교사로 남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남은 기간 충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오늘의 이 설렘을 잊지 않고 당당히 교단에 서겠다.”

그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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