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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오(픈) 채(팅방)을 떠도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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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진·전교조소통홍보실장
기사입력 2021-04-01

협력하는 학교안에서
소통하고 지원하는 '우리'가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

 

  © 운영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카오톡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개인간 채팅은 기본이며, 친구 생일도 알려주고, 쇼핑 쿠폰을 주고 받을 수도 있으며, 카카오페이로 깜빡 잊은 지갑을 대신하고, 코로나시기에는 카카오톡 큐알코드로 나를 증명하기까지 한다. 어디 그 뿐이랴, 교사들에게 카카오톡은 아주 중요한 생존 수단이다. 비대면 수업에서 중요해진 학부모, 학생들과 연락 수단의 역할 이상이다. 

 

 업무는 해야 하는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오픈채팅방 익명의 누군가에게 묻는다. 학교에서의 불만이 쌓여갈 때 오픈채팅방은 대나무숲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나에게 필요한 연수 정보도 오픈채팅방 선배들에게 구해본다. 원하는 답을 얻기에 충분하다. 물론 옆반 선생님께 물어볼 때도 있고, 친한 친구에게 말할 때도 있고, 교사 카페나 커뮤니티를 전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대세는 단연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어쩌다 오픈채팅방은 대한민국 교사 전체에게 오픈되었을까?

 

 학교에는 사실 여러 가지 모순이 있다. 그 한 예로, 아이들에게는 서로 협력하며 지내라 하면서 정작 교사들은 협력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다. 각자 자기 교실에서 발생하는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옆반 선생님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더 큰 문제는 너무 바빠 보이는 옆반 선생님께 폐가 될까봐 도움이 필요해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는 요원하다. 

 

 교사들은 옆반 선생님께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간절했고,  대안으로 교사들의 카페나 커뮤니티가 생겨났으며, 뒤늦게 교육청은 혁신학교 정책을 수립하며 전문적학습공동체를 강조했다. 혁신학교 10여년간 전문적학습공동체는 점점 확산되어 예산도 배정하고, 근무시간 내 공식적인 소통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학교의 혁신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소통 세상이 열리고 있으니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오픈채팅방은 별도의 예산을 쓰지 않으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어떤 보상도 없지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준다. 그야말로 집단지성이 실현되는 공간이 된다. 그러면서도 전문적학습공동체와는 다르게 참여를 강요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참여하고, 눈치보지 않고 탈퇴할 수도 있다. 마땅한 방이 없으면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방을 개설할 수도 있다. 

 

 오픈채팅방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준 연예인 수준의 공인으로서 책임과 의무, 규제로 점철된 교사의 세계에 자유와 익명성을 제공하는 곳. 만능이 되기를 요구하지만 기초적인 업무스킬도 가르쳐주지 않는 학교의 세계에서 알아두면 쓸데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곳. 

 

 그러나 코로나 시기 진정한 교육은 온라인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뼈아픈 깨달음 속에서 대면 수업 확대를 외치고 있는 지금. 각자도생으로 오픈채팅방을 떠돌아다니는 '우리' 대신 협력하는 학교 안에서 소통하고 지원하는 '우리'가 더욱 절실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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