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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학급운영·토론교육 고수 이영근 교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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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편집실장
기사입력 2021-04-01

아이들을 헤아리고 모자람을 채우다 보면
"아! 나도 선생이 되어가네!" 할 때가 온다.

  전교조와 2030교사들을 가깝게 연결하려고 전국을 누비고 있는 황유리 전교조부위원장은 이종섭 충북 강서초 교사와 함께 지난달 23일, 경기 둔대초를 찾아 이영근 교사를 만났다.

 

▲ 사진 안옥수 전교조 연수 미디어 국장  © 운영자


여는글  글쓰기와 토론수업 하면 떠오르는 이름. 이영근 선생님. 페이스북 사진으로만 보아온 참, 사랑, 땀 교실로 성큼 들어가 영근 샘의 세상을 만났다. 그곳은 뿌리 깊은 나무가 어우러진 꽤나 아늑하고 매력적인 세상이었다.

 

황유리 - 이영근 선생님 하면 참, 사랑, 땀이 먼저 떠오른다.

이영근 - 철학에 대한 이야기고 “선생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이호철 선생님이 쓰신 <살아있는 교실>(보리)을 읽고, 선생님을 글쓰기에서 직접 뵈며, 감동이 커 참사랑땀으로 학급 이름을 바꿨다. 윤구병 선생님(철학자, 변산공동체)을 모임으로 모시고 배우며 참을 더욱 깊게 이해했다. 참은 ‘있을 게 있고 없을 게 없는 것’이고 거짓은 ‘있을 게 없고 없을 게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실에서 없을 것은 없어야 한다. 아이들이 원해도 핸드폰게임, 컵라면은 우리 교실에 없다. 사랑은 자신부터 사랑하는 거다. 요즘 학생들은 내 어릴 때보다 돈과 물건이 많다. 그런데 부모님은 일터로, 아이들은 학원으로. 부모에게 받는 사랑이 적으니 자기를 사랑하는 힘이 모자란다. 그래서 알림장을 쓸 때 나하칭(나에게 하는 칭찬하는 글)을 쓴다. 아울러 친구와 식구, 공동체를 사랑하는 힘을 키운다. 욕심인데 더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고 나보다 못한 친구도 헤아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땀은 쉽다. 땀 흘리고 놀고, 땀흘려 일하는 것이다. 어떤 선생으로 살 것인가가 또렷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려움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

 

  사진 안옥수 전교조 연수 미디어 국장 © 운영자


이종섭 - 학교생활 하면서 힘들 때 등대처럼 비춰주는 빛이 있으면 좋겠고 영근 샘을 따라가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만의 빛을 찾아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영근 샘 하면 왠지 태어나면서부터 참선생님이었을 것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런 선생님에게도 흑역사가 있다고 들었다 

이영근 - 교대 4년 동안 선생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갔다. 놈팽이, 날라리, 양아치란 소리 많이 들었다. 수업도 거의 듣지 않고 숙제는 누가 버린거 주워서 내고 그랬다.(폭소) 대학교 4학년 12월에 무전여행 하면서 선배 학교를 찾아갔는데 선배가 아이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 끝나니까 같이 라면 끓여먹더라. 어? 나랑 비슷하게 놀던 선배도 아이들이랑 잘 사네. 나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 선배처럼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이 되자’고 마음먹고 교사 되자마자 초등참사랑 누리집 만들어서 모자람을 채우려고 했고 사무실 찾아가서 전교조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럼 그 선배가?) 맞다. 그 선배가 전교조였다.(웃음) 그런데 얼마전 주례를 부탁한 제자가 이러더라. “선생님하고 살 때 날마다 노래 한 거랑 엎드리라고 해서 발로 찬 거 기억나요.” 얼마나 부끄럽던지. 미안함은 다듬어 가며 갚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듬어 가면서 지나온 제자들에 대한 미안함은 계속 만날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갚아주면 된다.

 

황유리 - 1999년 초등참사랑으로 시작하여 2004년에는 글쓰기 연구회에 결합하고 2011년에는 토론교육연구회를 만들었다. 왜 글쓰기와 토론인가?

이영근 - 두 가지 밖에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다.(웃음) 교실에 철학을 세우고 좋아하고 잘하는 거 하나만 10년 20년 꾸준히 하라는 얘기를 종종 한다. 하나가 제대로 기둥이 세워지면 다른 것은 잠깐 가지고 오면 된다. 내 것이 있으니까. 처음에는 학급살이를 누리집에 쌓아갔다.(초등참사랑) 인디스쿨 나오기 2년 전이라 사랑을 많이 받았고 자만에 빠졌다. 그러다 2004년 글쓰기 연구회를 만났는데 한결같이 아이들을 섬기고 아이들 삶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어떻게 유명해질까를 고민했었구나.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었구나. 토론을 하게 된 것은 2011년 광우병 집회를 갔는데 대화를 안하겠다고 벽을 치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니 교실도 가정도 토론이 없었고 애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보면 아들딸이 내 나이가 되어도 우리 사회는 토론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아들딸 친구들 모아서 주말 토론을 시작했고 교사 토론 모임을 꾸렸다. 그래서 우리반 아이들은 글을 쓰면서 자기 삶을 가꾸고 삶에서 주제를 가지고 와 토론을 하면서 삶을 살아갈 힘을 키운다. (잠시 침묵) 그러고 보니 참 나도 유명해지려고 바동거리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유명한 거보다는 잘사는게 더 좋다. (함께 웃음)

 

이종섭 - 교사 인플루언서 많은데 화려한 명성과 언변을 뽐내는 사람들한테 현혹되지 않으려면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선생님 유튜브 채널에 코로나 전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나들이 하면서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았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학급활동 가운데 못하는게 많았을 것 같다. 안힘들었나?

이영근 - 코로나로 못한 게 많다. 그런데 핑계 댈 것이 있으니 나중에는 안하게 되더라. 힘은 덜 쓰니까 편한데 뭔가 허했다. 그 안에서 찾은 것이 ‘아~ 재미가 하나도 없구나’. 그때 쓴 일기 제목이 “핑계와 길은 함께 있다”다. 그래서 옆 반 선생님이랑 라이브 방송하고 줌 수업 마치면 한명만 남겨서 노래 불러주고 밴드와 줌으로 기타 수업했다. 살길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이종섭 - 작년 생각하면 내가 왜 이렇게 게을렀지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보니 나도 재미가 없었나보다. 올해는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이영근 - 내가 교실에서 하고 있는건 오랜시간 해왔던거고 그런 것들은 나하고 맞는 것들이다. 교실에서 사는 이야기를 견주지 말고 참고만 해라. 누구나 이렇게 말할 기회를 주면 다 듣고 배울게 있다.

 

황유리 - 청년 교사 사이에서 이영근 선생님은 꽤나 유명하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년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달라.

이영근 - 2030대 힘들 때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사람이었다. 옆에 정순 샘(아내)이 있었고 2004년 시작한 글쓰기 2011년 토론연구회 선생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쏟는 결이 비슷하기 때문에 힘든걸 이해해주고 기분 좋을 때는 자랑할 수 있고. 그래서 이겨내고 지금까지 온 것 같다. 그런데 어제 하루를 돌아보는데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따져보니 정리정돈이 잘 안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눈에 힘을 줬더라. 독을 쏟은 거다. 그래서 오늘은 밝게 말을 건넸고 즐겁게 정리하게끔 이끌었다. 서른살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헤아리고 내 모자람을 채우다 보면 “아! 나도 선생이 되어가네!” 할 때가 온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잘 안된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교사는 직장인과 좀 다른 것 같다. 직장인은 상품을 만들고 돈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고 삶을 키워간다. 그래서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 느끼는 미묘한 사랑이 있다. 그래서 교실에서 작은 행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랑 같이 놀 힘도 있고 웃어줄 여유도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도 많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축구를 한다. 축구를 할 때는 교사인걸 잊는다. 나를 완전히 쏟아낸다. 자기만의 푸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여가생활, 사람. 작은 행복. 그런 것들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면 좋겠다. 그렇게 살아내면 결국 선생으로 큰다. 

 

   사진 안옥수 전교조 연수 미디어 국장 © 운영자


황유리 - 나는 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인게 자랑스럽다.

이영근 - 내가 전국으로 강의 다니고 책 쓰고 하니까 전교조 활동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교실 실천가다.(웃음) 1999년 봄날에 버스를 타고 사무실을 찾아가서 문을 벌컥 열고서 “저 전교조 가입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건 딱 하나였다. 그 선배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전교조는 참교육이고 전교조는 환경 탓하지 않고 누가 뭐라하든 교육 정책이 어찌되든 참교육 그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나도 전교조 선생. 참교육 선생.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끄럽지 않게 사는 선생이 되려고 한다. 지회, 지부, 본부에서 일하는 선생님들 더 없이 고맙다. 앞으로도 회비 잘 내고 교실에서 열심히 살고 남 앞에 섰을 때 전교조라고 이야기하면서 살려고 한다. 오늘 이렇게 먼길 와줘서 고맙고 젊은 선생님 고민을 풀어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닫는글 : 아이들을 헤아리고 모자람을 채우다 보면 “아! 나도 선생이 되어가네!” 할 때가 온다는 영근 샘! 교실을 나와 집으로 가는길. 그렇게 살아내서 선생으로 커갈 우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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