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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 담 ┃ 세대 아우르는 참된 여정의 시작, 우리는 왜 전교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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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
기사입력 2021-04-29

전교조 창립 32주년 특집 좌담회

 

2021년 5월 28일은 법외노조 7년을 지나 합법노조가 되어 맞이하는 전교조의 서른두 번째 생일이다. 1989년 전교조 결성, 1999년 전교조 합법화 그리고 2020년 전교조 재합법화. 전교조의 역사를 가르는 세시기를 청년교사로 만난 교사들이 있다. 교육희망은 이들을 만나 전교조의 과거, 현재를 나누고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모색했다. 전교조에 대한 고민과 애정으로 깊고 따듯한 이야기가 가득했던 좌담회를 글로 나눈다.  <편집자주>

 

▲ 전교조 창립기념 89년 99년 20년 청년 교사들이 만나다   ©사진 오지연기자



❤️ : 4월 14일(수) 18:30~21:20

❤️ : 전교조 본부 대회의실

❤️참석 : 이상대 서울 양서중 교사 (전교조 결성 참여), 

            성옥규 서울 인수초 교사 (99년 발령 및 가입), 

            김지현 경기 여수초 (20대 청년교사)

            이종민 청주 복대초 교사 (20대 청년교사)

❤️진행 : 구자숙 편집실장

❤️사진 : 오지연 기자

❤️정리 : 김상정 기자

 

20대, 내가 만난 전교조

 

▲ 89년 청년교사 이상대 선생님    ©사진 : 오지연기자

 

구자숙 : 좌담 참석자 선생님들은 89년 전교조 결성, 99년 전교조 합법화, 2020년 전교조 재합법화 등 전교조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20대에 만났다.

 

이상대 : 85년도에 발령 났다. 교사의 1/3이 2030이었는데 대학교때 학생운동, 야학 등을 경험했고 광주에 마음의 빚을 가진 세대들이었다. 학교가 터무니없이 비민주적이었고 근무환경도 열악했다. 자연스럽게 처총회(처녀총각회 줄임말)는 학습과 친목의 결사체로 발전했다. 그리고 87년 6월 항쟁과 87년 9월 전교협을 거쳐 전교조 깃발이 올랐을 때 대거 전교조로 이동했다. 학습하고 단련된 젊은 혈기로 해직 겁박은 무서운 게 아니었다. 전교조가 사회적으로 요청받은 것은 '교육민주화'였고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나와 전교조가 다른 게 아니었다. 내가 잘하면 전교조가 잘하는거고 내가 잘못하면 전교조가 욕을 먹는다는 생각이 내면화돼 있었다. '우리교육' 잡지를 만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을 만났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교사로서 눈도 달고 코도 달고 귀도 달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동지이자 스승이었다. 

 

성옥규 : 99년 9월 1일에 발령 났고 발령받은 날 바로 전교조에 가입했다. 당시 우리 학교 교사 75명 중 27명이 전교조에 가입했다. 2,30대를 중심으로 가입이 줄을 이었고 10만 조합원 시대를 열었다. 몸집도 커졌고 튼튼함도 있었던, 지금껏 가장 화려했던 시기였다. 2002년 단체협상이 체결되면서 교육현장에서 교육전반의 의제들이 튀어 나온 시기이기도 했다.

 

김지현 : 89년에 나는 세상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14년 4월에는 임용고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15년에 교사가 됐는데 바뀐 건 수학여행이라는 단어가 체험학습으로 바뀐 것 뿐이었다. 무력감을 느꼈다. 그때 세월호를 기억하는 교사들을 만났고, 학교가 숨죽이고 있으면 안된다고, 작은 것이라도 용기 있게 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공간이 전교조였다. 신규교사인 나를 수평적으로 동료로 친구로 동지로 대해주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곳. 내가 요새 만나는 전교조의 모습이다. 

 

이종민 : 대학생 때 총학생회를 하다가 전교조 선생님을 만났다. 봉사활동 할 때 전교조 샘들이 차량을 지원해줬다.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는데 직접 만나니까 다들 너무 좋은 샘들이었다. 그래서 2017년 2월 새내기 신규교사 연수 때 가입했는데 3월에 학교에 가니 조합원이 나 혼자였다. 다행이 지회샘들이 챙겨줘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세월호 3주기 때 추모제에 가서 이상민 학생 역할을 맡았는데 이상민 학생 어머니가 우시면서 나를 안아주셨다.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미안하고 울컥했었다. 5.18 때는 광주에 가서 전남도청도 가보고 묘역도 갔다. 이후 군대 갔다 와서 맘에 드는 연수를 받다가 전교조 샘들을 다시 만났다. 나도 저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난 전교조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아이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고민하는 곳이다.

 

전교조가 자랑스러웠던 때 그리고 안타까웠던 때

 

▲ 20년 청년교사 이종민 선생님  © 사진 오지연기자



구자숙 각자의 경험 안에서 자랑스러움과 안타까움도 있었겠다.

 

이상대 두 개의 혁신학교를 경험했다. 두 곳 모두 분회원들이 헌신적으로 떠메고 가는 학교였다. 전교조의 큰 자산 중 하나가 혁신학교라고 생각한다. 10년을 거쳐오면서 거둔 성과가, 학교 울타리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거두는 효과가 상당하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4050대다. 이들의 헌신은 감동적이지만 2030으로 이어지는 힘이 미약하여 소진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감동이 일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다.

 전교조 결성 초창기 교사들이 이제 교단을 떠나고 있다. 30년 이상을 교단에 헌신하고 교육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실천한 분들이다. 경쟁체제라는 근본적인 병폐가 그대로 남아있는 현실을 보면서 떠나는 마음이 착찹할 것이다. 그런데 활동과정에서 거듭 징계를 당한 일부 퇴직 동지들은 연금대상자도 못돼 최저생활비로 생계를 버티고 있다. 원상회복특별법 여지가 있긴하지만, 조직이 어떻게 보듬을 수는 없는 걸까. 마음이 무겁고 복잡하다.

 

성옥규 : 2013년 정부의 노조아님 통보 예고로 내부논쟁이 뜨거웠던 때다. 총투표를 통해서 결정하자고 했고, 2/3이상의 조합원들이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힘든 선택이었지만 자랑스러웠다. 안타까웠던 점은 입장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동지로 생각하지 않고 상처가 되는 방식으로 논쟁이 마무리될 때가 많았다. 입장도 중요하지만 동지라는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대했으면 좋겠다.

 

김지현 : 자랑스러웠던 적이 요즘이다. 경기지부 전임자로 사무실에 일하고 있으면 교권상담, 교육청 공문 제보 등 전화가 빗발친다. 결국에 교사를 지켜주고 학교를 지키는 게 전교조밖에 없구나 싶다. 교사들이 만들고 유지하고 지켜온 이 곳에 내가 속해있어 뿌듯하고 발 벗고 나서서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 그래서 전교조에 대해 악의적으로 말하거나 교사 편을 들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올 때는 너무 안타깝다.

 

이종민 : 2017년 세월호 3주기 추모제 때 유가족이 풍선드는 것을 전교조 샘들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함께 풍선을 들었을 때다.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전교조에 보내는 신뢰가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연수를 가서 전교조샘을 만나면 너무 멋져서 자랑스럽다. 안타까운 점은 학교 선생님들이 전교조 샘들과 안좋았던 경험을 얘기할 때다. 그런 얘기 들으면 안타깝고 속상하다.

 

전교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

 

▲99년 청년교사 성옥규 선생님     ©사진 오지연기자

 
구자숙 : 내부에서도 전교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이상대 : 전교조가 정치편향적이라는 말은 지배세력의 프레임이다. 노동조합 활동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지향을 갖는다. 이참에 대대적인 설문을 통해 전교조가 어떤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지, 지향의 좌표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조직 구성과 운영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전면적으로 물으면서 판의 분위기를 새롭게 했으면 한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학교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었듯이 전교조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린 왜 전교조인가, 전교조의 이름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할지 막연할 때 그때가 참된 여정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래서 교육현안 대응에 있어서 정책을 선도적으로 발굴하여 제안하고 관철시키며 정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교권 집중은 자칫 노동조합으로서의 고립을 강화할 수 있다. 단체교섭을 넘어 노조의 교육정책 참여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노조 리더십을 강화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한 접근이다.

 

성옥규 : 교권침해에 대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교육당국은 교육 3주체의 갈등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책TF팀을 꾸려서 구체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교사ㄱ학부모ㄱ학생 선언을 함께 하면서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이끄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협의하고 토론하면서 의견을 좁혀가는게 정치다.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영역도 어떻게 풀 것인지 전교조가 좀 더 노력하면서 넓혀가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김지현 : 전교조가 다양성이라는 방향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교조는 연대, 참교육이라는 지향점이 있다. 지향점도 한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전교조를 만들거나 지켜오신 선생님들은 지향점으로 가는 중간단계를 거쳐왔지만 이제 들어온 사람은 중간단계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전교조 안에 들어와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동의하는 부분을 늘려가면 좋겠다. 지금 전교조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는건 옳고 좋은데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아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좀 더 상냥한 전교조였으면 좋겠다. 많은 교사들과 함께 하는 전교조가 됐으면 좋겠다.

 

2030이 가입하는 전교조가 되려면

 

▲ 20년 청년교사 김지현 선생님    ©사진 오지연기자

 
구자숙 : 많은 교사들과 함게 하는 전교조를 생각하면 2030이 가입하는 전교조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김지현 : '2030이 왜 가입하지 않을까?'라고 하는 말에는 '왜 가입 안해?'라는 시선이 담겨있다. 2030 사업을 전면화하는 것 자체가 2030을 손님으로 대하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지금의 2030 역시 세월호를 기억하겠다고 약속했고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외쳤고 광화문에서 촛불과 깃발을 들었다. 그럼 이들은 공동체성이 없는 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청년세대들은 기후위기 관련 공동체를 만들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1989년에는 회보를 만들어 나누었다면 우리들은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다. 방식이 다를 뿐이다. 생각해보면 교사도 더 오래 해야 하고 헬조선을 더 오래 살아야 하고 이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맞이해야 하는 세대라서 사회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2030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전교조가 되고 노동조합 안에서도 충분히 자신의 요구와 사회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알리고 함께 하면, 2030도 전교조 안에서 즐겁게 놀면서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민 : 2030 샘들에게 전교조 가입 계기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학교에서 좋은 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이 전교조여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조합원 한분 한분이 2030 교사에게는 모델이고 멘토다. 그래서 멋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어 전교조에 가입하고 전교조에 가입하니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게 된다. 더 나은 교사가 되도록 이끌어 주는 전교조를 2030에게 더 알려야 한다.

 

성옥규 : 집회나 시위 아니고는 우리 뜻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전교조의 정체성을 고민할 시기가 왔다. 단지 조합원 확대를 넘어 학교 구성원의 이해를 통크게 조율하는 노동조합이 되어 공동체 안에서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활동의 정체기를 겪더라도 그것을 바로 세워야 새로운 도약이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SNS에서 갑론을박 하는 것을 넘어 아래로부터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 그 방법중 하나로 대의원대회를 대대적으로 했으면 한다. 전국지회장들이 기초대의원을 하고 2030을 지회당 한두명 선출해서 그분들이 직접 사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회 차원에서 꾸준히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고 모아진 것들을 사업으로 결정하고 추진하는 구조다. 이렇게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토론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대 : 2030은 사회경제적 배경상 자기 관리에 익숙한 삶을 살아왔다. 정치적으로 연대적 삶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다. 게다가 요즘 학교는 비민주적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동료교사와 협력해야 할 일도 잘 없다. 그래서 당위성만으로 조합 가입을 권유할 수 없다. 유력한 출구는 학습하는 조직으로 분회를 재건하는 것이다. 2030일수록 교사로서 맞딱뜨리는 각종 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다. 분회가 학습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때 2030도 합류하여 공동의 경험과 동질성을 공유하고 타인과 주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혁신학교의 밀도있는 교원학습공동체는 시사점이 크다. 그 자체로서 조직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2030에게 설득적인 비전을 줄 수도 있다. 

 

32살 전교조에게 주고 싶은 선물은

 

▲ 좌담 진행 편집실장 구자숙     ©사진 오지연기자

 

이상대 : 퇴직을 앞두고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대의를 잃지 않고 잘 버텨준 전교조가 고맙다.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송곳을 주머니에 지니고 있었기에 크게 엇나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당당한 평교사로 정년퇴임하기'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선물로 보낸다.

 

성옥규 : 전교조가 학교공동체, 교육공동체를 힘있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멋지게 펼치고 비상하라고 '연대와 상생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김지현 : 나를 포함한 2030 교사들을 서른두살 전교조에게 선물로 주고 싶다. 많이 듣고 많이 말하면서 전교조 안에서 2030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더많은 2030이 전교조와 함께 하기 위해 애쓰겠다. 

 

이종민 : 나처럼 조용히 아이들 바라보며 지내는 조합원들이 학교에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금도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고 일하시는 조합원 샘들에게 '박수와 꽃다발'을 하나씩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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