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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교┃육┃희┃망┃나의 오랜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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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 편집실장
기사입력 2021-04-30

 

 

 

 

  그땐 그랬다. 발령받고 분회모임에서 만난 선배교사는 대부분 30대였고 선배들은 젊은 선생님을 불러다가 밥 사고 술 사주면서 고민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분회모임은 첫 사회생활에서 불안하고 쉽게 지치는 신규교사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20대 조합원은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분회모임은 더욱 활기로 채워졌다. 그러다 교장, 교감과 맞설때면 선배들이 앞장서서 교장실 문을 열어 젖혔고 연가투쟁에 못가는 선배들은 간식꾸러미를 챙겨줬다. 나에게 분회모임은 배움터였고 놀이터였고 든든한 울타리였다. 이 시기가 바로 전교조 99년 합법화 이후 10만 조합원을 찍던 시절이다. 나는 운좋게도 그 시절을 온전히 맛보며 신규 시절을 보냈고 그때 느낀 즐거움과 안정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겪어야 했던 고립과 혼란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었다.

  

 그리고 202094. 전교조는 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코로나로 아이들 없는 교실에서 혼자 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법외노조 7년간 떠나간 수많은 선생님들이 생각났고 조합원으로 북적이던 그 시절처럼 전교조가 다시 날아오르면 좋겠다는 갈망이 먹먹하게 몰려왔다. 그러나 잘 알고 있었다. 합법노조가 되었다 해서 하루아침에 분회를 중심으로 학교안 공동체가 복원되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눈에 띄었다. 전교조가 의뢰하여 가톨릭대학교에서 조사한 '교사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다른 감정노동 직업군에 비해 교사들이 월등히 높은 순위로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소진과 우울감에 쉽게 노출된다는 결과를 보면서 나는 다시 분회모임을 떠올렸다. 비민주적인 교장·교감도, 쉽지 않은 학생도, 난이도 높은 학부모도 두렵지 않은 나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분회모임. 그러나 지금은 교사 커뮤니티,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에서는 힘든 학교 생활을 나눌길 없는 선생님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학교는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쓸쓸한 교사의 뒷모습으로 가득하다. 성공적으로 교섭을 해내고 교권 관련 제도와 법이 강화되어도 해소되지 않을 고립감과 헛헛함. 어쩌면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동료성이 살아있는 학교에 목마른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528일은 7년만에 합법노조로 맞이하는 32살 전교조 생일이다. 생일을 맞이하면서 동료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한 학교를 상상해본다. 교사들이 분회라는 오아시스에서 충전하고 회복하며 그 힘으로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일구고 아이들을 성장시키며 살아가는 꿈을 다시 꾸어본다. 생일이니까. 생일은 소원 비는 날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전교조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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